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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에 홀리다 Jul 09. 2017

아름다운 길

Scenic Byways and Trails in USA

*글을 발행한 뒤 여러 번 수정하는 과정에서 사진에 달았던 설명들이 모두 날아갔습니다. '다음' 측에 여러 차례 에러 수정을 요구해서 이젠 이런 에러는 나지 않게 됐지만, 날아간 설명들을 복구하지는 못했습니다. 사진은 직찍도 있지만, 인스타그램에서 퍼온 것들도 많은데 출처를 밝히지 못하게 된 점 양해하고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여행은 언제나 길을 이용한다. 길은 이동을 위한 통로가 되고, 목적지를 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된다. 물론 먼 거리는 비행기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비행기에서 내리면 길을 이용하지 않고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먼 미래에 자가용 비행기가 상용화되거나, 아니면 개인용 비행체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그럴 것이다. 길은 대체적으로 그렇다. 목적지를 가기 위한 수단이기는 해도 길이 목적지가 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는 않다. 아주 가끔은 길이 목적지가 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길을 걸으면서 혹은 자동차를 타고 천천히 이동하면서 어딘가 목적지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이 주는 아름다운 선물을 기대하는 것이다. 천천히 걸으면서 길가에 있는 생명들이 벌이는 향연에 참여하거나 그 은혜에 감사하거나, 그도 아니면 저 멀리 하늘과 맞닿은 곳까지 시선을 던져 그 사이 존재하는 것들의 어울림에 감탄해 볼 수도 있다. 자동차를 이용한다고 해도 다른 행선지가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천천히 움직이다가 스치는 길가의 풍경에 젖을 수 있다. 눈앞에 서서히 다가오는 압도적인 자연의 경관에 그저 감탄을 연발하다가 잠시 차를 세우고 그들이 베푼 아름다운 잔치에 몸을 맡겨볼 수도 있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경우든지 아름다운 자연을 대하는 방식에는 별 차이가 없다. 때때로 걷는 길에 있어도 되고, 때로는 찻길 위에 있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길이 주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의 아름다운 길

걸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는 길이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많기는 하다. 자동차를 위한 길을 만들기 어렵거나, 찻길을 만들 경우 아름다운 자연을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일부러 만들지 않고 걸어서만 접근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걸을 수 있는 길 가운데 세계적으로 이름난 먼 거리의 길이 꽤 많이 있다. 그중 몇 개만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네   팔 -    안나푸르나 서킷
중   국 -    야딩 트레킹/호도협 트레킹(Tiger
                  Leaping Gorge Tracking)
일   본 -    규슈 올레길
뉴질랜드 - 테 아라로아 트레일(TeAraroa)/
                 밀포드(Milford) 트레일
                 루트번(Routeburn) 트랙
호   주 -   그레이트 오션 워크/오버랜드 트랙
영   국 -   웨스트 하이랜드 트래일
스페인 -   카미노 데 산티아고
프랑스 ~스위스 - 오트 루트
스웨덴 -   궁스레덴
유럽 8개국 - 비아 알피나
캐나다 -    웨스트 코스트 트래일
미   국 -    존 뮤어 트래일/퍼시픽 크레스트 트래일 
                 콘티낸탈 디바이디드 트래일/애팔래치아 트래일
페   루 -    잉카 트래일
칠   레 -    토레스 델 파이네 서킷/더블유 트래일
볼리비아 - 콘도리리 트래일

이밖에도 세계 각 나라에는 자국의 아름다운 국토를 돌아볼 수 있는 다양한 트래일을 개발해서 운용하고 있는데, 위에 열거한 것은 그중 아주 적은 수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의 아름다운 도로

걷는 길과는 달리 찻길은 기본적으로 차가 다니려고 만든 길이기 때문에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길가에 펼쳐지는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길에 차가 설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차 안에서 이동하면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찻길이라고 해도 지나는 사람들의 이러한 욕구를 감안하여 길 가 한옆에 차를 세우고 잠시 주변을 돌아볼 수 있도록 배려를 하거나, 때에 따라서는 그 길에서 출발하는 짧은 트래일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 어쨌든 원래의 개설 목적 이외에 이렇듯 길이 주는 아름다운 경치를 보거나, 그 길에 연결된 멋진 자연을 돌아볼 목적으로 길을 목적지로 삼는 여행을 해 보는 것도 괜찮은 여행 방법이 아닐까 싶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아름다운 도로도 부지기수지만, 그 가운데 몇 개 들어보겠다.

사우스 아프리카 -    채프맨 피크 길(Chapman Peak Road)
아르젠티나 -            루타 40(Ruta 40)
미국 -                      시닉 바이 웨이 12개(National Scenic Byway 12)
노르웨이 -             아틀란틱 로드(Atlantic Road)
스코틀랜드 -            A82로드(A82 Road)
뉴질랜드 -             밀포드 로드(Milford Road)
볼리비아 -             융가스 로드(Jungas Road)
아부다비 -               제벨 하피트 마운틴 로드(Jebel Hafeet Mountain Road)
노르웨이 -             트롤스티겐 (Trollstigen)
스위스 -                오버알프 패스(Oberalp Pass)
오스트레일리아 -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
프랑스 -                   Col de L'lseran
파키스탄 -            카라코람 하이웨이(Karakoram Highway)
캐나다 -                 카봇 트래일(Cabot Trail, Nova Scotia)

사실, 일일이 열거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기는 하다. 어느 나라든 그 나라만의 비경을 간직한 도로는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다만 많은 호사가들이  세계  몇 대 도로니, 세계 몇 대 트레일이니 하면서 말하기를 좋아하는데, 그런 발췌나 결정에는 근거가 희박하기 마련이다.


미국의 아름다운 도로(National Scenic Byways)


이제 시각을 미국으로 돌려보기로 하겠다. 위에서 미국에 있는 도로들을 한 두 개 예를 들기는 했지만,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이 정도 가지고는 안될 정도로 세심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미국의 경우 길, 특히 관광용 길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어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주변에 둘러볼 만한 길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먼저 자동차 도로에 대해 살펴보자. 미연방 교통국은 미국의 자동차 도로 가운데 오솔길부터 프리웨이까지 건축적, 역사적인 면까지 고려해 여행자들이 보다 효율적이고 의미 있는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도로(America's Byway)를 선정했다. '경치(Scenic)'라는 말은 아름다운 풍경을 넘어 미국 고유의 예술과 문화가 어우러진 인간이 만든 것들의 종합적인 파노라마를 의미한다. '경치'에 가장 큰 중점을 두고, 고고학, 문화, 역사, 자연, 휴양, 풍경의 아름다움이라는 6가지 요소 가운데 한 가지를 충족하는 도로를 '미국의 아름다운 길(National Scenic Byway)'로 선정하고, 이 가운데 2가지 이상의 요소를 충족하는 도로는 별도로 '국민 도로(All American Road)'로 선정했다. '미국의 아름다운 도로'에는 전국 46개 주의 150개 도로가 지정되었으며, '국민 도로'에는 미 전역에 단 31개의 도로만 선정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을 안내하고 있는 웹사이트(https://www.fhwa.dot.gov/byways/)가 있다. 이곳에서는 해당 도로의 위치, 도로의 길이, 주변 정보, 소요 시간, 지도, 사진 등 해당 도로를 관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망라되어 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목록을 보고 싶으면 위키백과 웹페이지를 방문하면 볼 수 있다(https://en.wikipedia.org/wiki/National_Scenic_Byway).


미국의 길(National Trail System)

걷는 길에 대한 규정은 좀 더 정교하다. 관련 법령에 따라서 1968년도에 시행된 이래로 몇 차례 갱신되었다. 트레일은 3 가지로 나누어진다. 아름다운 길(National Scenic Trails), 역사적인 길(National Historic Trails), 레크리에이션 길(National Recreation Trails)로 나뉘는 트래일 시스템은 그 이름이 나타내듯이 각각의 기준에 맞는 길을 선정하여 발표하였다(보다 상세한 정보는 http://www.americantrails.org/ 를 보시라).


아름다운 길(National Scenic Trails)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길은 모두 11개로서 총연장이 18,734마일(30,149킬로미터)에 달할 만큼 각각 장거리 트래일이 주를 이루며 명단은 다음과 같다. 여담이지만,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나 있는 존 뮤어 트래일(John Muir Trail)은 정부가 선정한 '미국의 아름다운 길'에 선정되지 않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PCT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Appalachian National Scenic Trail                2,181 miles
Arizona National Scenic Trail                             807 miles
Continental Divide National Scenic Trail     3,100 miles
Florida National Scenic Trail                          1,300 miles
Ice Age National Scenic Trail                          1,200 miles
Natchez Trace National Scenic Trail                 695 miles
New England National Scenic Trail                   220 miles
North Country National Scenic Trail              4,600 miles
Pacific Crest National Scenic Trail                  2,650 miles
Pacific Northwest National Scenic Trail        1,200 miles
Potomac Heritage National Scenic Trail          700 miles


역사적인 길(National Historic Trails)

'역사적인 길(National Historic Trails)'은 미국 내에서 역사상 보호 가치가 있는 유적지나, 유물과 그 주변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전국에서 총 19개의 루트를 개발하여 지정했다. 이때 역사적이라는 의미는 대부분 미국의 초기 정착기에 발생했던 역사적 사건이나, 갈등, 이동 경로 등에 해당하기 때문에, 원주민들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원시 문화 유적들은 별도의 관리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인 길'은 '아름다운 길'과는 달리 하이웨이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지만, 탐방로와 기타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는 구간들도 병행되고 있다. 다만, 물길을 따라 여행할 수 있는 캡틴 존 스미스 트레일(Capatin John Smith Chesapeake National Trail)은 예외다.

Ala Kahakai National Historic Trail                                                                   175 miles
California National Historic Trail                                                                    5,665 miles
Captain John Smith Chesapeake National Historic Trail                          3,000 miles
El Camino Real de los Tejas National Historic Trail                                    2,580 miles
El Camino Real de Tierra Adentro National Historic Trail                            404 miles
Iditarod National Historic Trail                                                                       2,350 miles
Juan Bautista de Anza National Historic Trail                                             1,200 miles
Lewis and Clark National Historic Trail                                                        3,700 miles
Mormon Pioneer National Historic Trail                                                       1,300 miles
Nez Perce (Nee-Me-Poo) National Historic Trail                                         1,170 miles
Old Spanish National Historic Trail                                                               2,700 miles
Oregon National Historic Trail                                                                        2,170 miles
Overmountain Victory National Historic Trail                                                 275 miles
Pony Express National Historic Trail                                                              1,966 miles
Santa Fe National Historic Trail                                                                      1,203 miles
Selma to Montgomery National Historic Trail                                                   54 miles
Star-Spangled Banner National Historic Trail                                                 290 miles
Trail of Tears National Historic Trail                                                               2,200 miles
Washington-Rochambeau Revolutionary Route National Historic Trail    600 miles



레크리에이션 트레일(National Recreation Trails)

이 길은 평소에 등산이나 트레일마 다니는 사람들이 걷는 바로 그 길들 가운데 선정된 전국 50 개 주의 약 1200여 개의 트레일 길이다. 거주지 주변에 있는 트레일을 검색하려면 아메리칸 트레일 홈페이지에서 검색할 수 있다( http://www.americantrails.org/NRTDatabase/). 다른 길과는 달리 매년 새로운 길을 추가하여 갱신한다. 그러나 집 주변의 NRT를 검색해 보면 다소간 실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주말 야외 활동 시 많이 이용되고 있는 트레일들이 대부분 빠져있고,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트레일은 포함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관계 법령이나 관련기관 홈페이지 등에서도 선정 기준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다 보니 이에 대하여는 시간을 두고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아름다운 길이란 무엇일까?

 

'국립(National)'이라는 말이 '최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위에서 열거한 도로나 길들이 가장 아름답다거나, 가장 걸을만하다거나, 가장 역사적이거나, 가장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때의 국립이라는 말은 국가의 기관이 나서서 관리하고, 정비해서 필요한 경우 보전하고 때로는 출입을 통제하는 등의 활동으로 길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의미가 상실되지 않게 한다는 정도일 것이다. 그러므로 위에 열거한 길이나 도로가 다른 것들보다 훨씬 아름다울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달리 가지고 있는 정보가 적을 경우 이 정보를 이용하여 그나마 괜찮은 풍경, 그래도 아름다운 경치를 지닌 길과 도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정도의 기대를 가지고 접근하면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그나마 '미국의 아름다운 길'이나 '미국의 역사적인 길'은 그 나름대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다른 길에 우선해서 한번 여행해 봄직하기는 하다. 이를테면, PCT 같은 경우 말이다.  아름답다는 판단이 개인적인 가치 기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국가에서 아름답다고 해서 각 개인들에게도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굉장히 아름답고, 때로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공간을 지날 찌라도 여기서 제시하는 명단에는 들어있지 않은 길이 많이 있다. 자기에게 아름다운 길이면 그것이 국립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아름답다. 비단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좀 소박해 보이거나, 다소는 거칠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누군가에게는 지상 최고의 아름다운 비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Kern 강을 따라 난 CA-178번 도로/5번 FWY의 Tejon Pass/5번 FWY에서 내리면 나오는 Grapevine의 널찍한 들녘

길을 다니다 보면 예기치 못한 곳에서 예기치 못한 풍경을 만날 때가 있다. 때로는 길 그 자체가 아름다운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는 길보다는 길 섶 풍경이 더 정겹거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 길을 다니는 동안 길을 끼고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과 함께 호흡하고 동화하거나 공감함으로써 우리가 그들과 다르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길을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자연을 말하고 싶었고, 여행을 말하고 있지만 실은 일상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다만 말하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 다들 같은 범주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용된 대부분 사진은 인스타그램에서 빌려왔음을 밝혀둔다. 출처를 밝히지 않은 사진만 '빛에 홀리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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