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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에 홀리다 Jan 20. 2018

나는 왜 여행하나?

주말 여행자를 위한 여행 레시피

  정기적으로 휴가를 갈 수 있는 직장인들이나 자기 시간을 조절해 가며 사용할 수 있는 자영업자들 또는 자기 일정을 조절할 수 있는 다른 직업군에 있는 사람들과는 달리 주중엔 꼼짝없이 일을 해야 하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말이란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다. 주말만 되면 하고 싶거나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로 쌓여있다. 이런 이들에게 여행이란 감히 바랄 수도 없는 일이 되어간다. 꿈을 꾸는 것 마저 마치 사치를 부리는 것으로 느낄 때도 있다. 그런데 조금만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 보면 이런 생각들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쌓여있는 일이 어떤 일들인지,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인지, 좀 뒤로 늦춰도 되거나, 하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닌지 좀 따져보면 주말에 여행을 할 수 있는 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세 해 째 주말 여행자로 여행을 하고 있다. 물론 매주 여행을 할 수는 없다. 주말여행을 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직장인들처럼 주중엔 일을 한다는 것이고, 주말에만 여행이 가능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기껏 해봐야 주말에만 여행을 하지만, 여러 해를 거듭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돈을 적게 들이면서도 다녀온 보람이 있을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몇 번인가 시행착오를 거치고 거듭된 고민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처음보다는 조금 편하게 주말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경험을 정리해서 다른 분들과 나누려고 한다.

  

  다음에 나열하는 열 가지는 우선순위대로 나열한 것이 아니라 생각나는 대로 정리했다.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므로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이 참고해서 각자 나름대로 즐겁고 유익한 여행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1. 여행에 대하여 생각을 정리하자

  여행이란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 다른 답이 나올 수 있는 질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 두어야 한다. 왜 여행을 하고 싶은지, 여행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이 있는지, 단지 놀러 다닌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지 따위의 생각들을 한번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생각들은 자연스럽게 바뀌게 될 것이지만, 처음 시작을 위해서는 분명한 자기 생각이 있어야 한다. 여행이라고 항상 즐겁고 유쾌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불편하고, 피곤하고, 힘들거나 지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처음에 정리해 둔 자신의 생각, 그것이 발전하여 의지가 되고 힘이 되기 때문이다.


2. 공동체 구성원의 동의를 구해라

  여행은 사는 곳을 떠나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즉 평소 자기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  맡고 있던 여러 가지 역할을 유보해야만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자신이 자리를 비울 때 생길 수 있는 빈자리에 대하여 공동체 소속원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그들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자리를 비움으로써 나머지 공동체원들이 불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 구성원이 누구가 됐던 구성원 모두에게 자신의 여행에 대하여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놓아라. 이것은 남아있는 사람과 동행하는 사람 모두에게 해당한다.


3. 가까운 곳부터 다녀오자

  멀리 떠나야 여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름이 많이 알려지거나, 명승고적을 다녀와야만 여행을 한 것도 아니다. 가까운 곳이라고 해도 자기가 생각한 여행과 맞는 곳을 다녀왔다면 여행을 한 것이다. 비록 그곳이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가까운 곳이라도 말이다. 처음에는 이것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차를 타고 몇 시간은 가거나,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라거나 그래도 좀 이름이 난 곳을 다녀와야 여행을 했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기는 하다. 때로는 그럴 필요도 있다. 그렇더라도 매번의 여행이 그래야 한다는 생각에서 좀 벗어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생각이 중요하다. 먼저 사는 곳 주변부터 살피자.


4. 기록을 남기자

  어떤 매체를 이용해서라도 어떤 형태로든 기록을 남겨보자.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틈틈이 메모를 해도 좋겠고, 중간중간 사진을 찍어둘 수도 있다. 자가운전을 한다면 녹음을 한다거나 중간중간 쉬는 때를 이용해 사진도 찍고 메모를 남길 수 있다. 자가 운전자와 동행을 한다면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차창으로 흐르는 풍경을 기록할 수도 있고, 동승자와 나눈 대화를 남길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내용이든 사실과 느낌을 구분해서 기록을 남겨놓자. 여행을 마친 다음에 이런 기록을 정리해서 여행기를 쓰도록 하자. 공유를 해도 좋겠지만, 공유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잘 정리해 놓은 여행기는 훌륭한 개인의 역사 자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록을 정리하면서, 여행기를 쓰면서, 그리고 여행기에 넣을 사진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여행을 되짚어 볼 수 있으며, 여행하면서 느끼지 못한 또 다른 느낌이나 생각, 또는 삶의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  


5. 해외여행을 부러워하지 말자

  어디를 여행하는가 보다는 어떤 여행을 하는가가 중요하다. 하고 싶은 여행을 하고 있다면 그곳이 어디이든 상관이 없다. 여건이 맞는다면 해외여행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여건이 맞지 않는데도 해외여행을 못한다고 투덜거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어디를 여행하든 자신이 원하는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몸과 마음이 여행에 실려있는 삶을 살다 보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는 언제든 다가올 수 있다. 그러니 해외여행을 부러워하지는 말자.


6.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여행을 하자

  이 항목이야말로 전적으로 개인적인 사정이다. 여행을 얼마만큼 하느냐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자기가 정리한 생각에 맞게 여행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기간으로 여행을 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꾸준히 여행을 하다 보면 처음의 결정은 바뀔 수 있다. 그쯤 되면 몸과 마음이 원하는 기간이 드러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 주기에 맞춰 여행을 하면 여행에서 느끼는 성취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할 수만 있다면 정기적으로 여행을 하는 것이 좋다.


7. 비용을 최소화하자

  요즘은 무엇을 하든지 지속가능성에 대하여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일이 지속 가능하지도 않은데 어렵사리 시작하는 것은 소모적인 일일 수 있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꾸준하게 여행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이 생각하고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꾸준하게 하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을 꾸준하게 하려면 다른 여건들도 허락을 해야 하겠지만, 특별하게 비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주머니가 든든하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매번 다녀오는 비용이 적을수록 지속가능성은 커진다. 편안하게 여행을 하기 위해 비용을 쓰기보다는 좀 불편하고 고생스럽더라도 비용을 줄여 지속적으로 여행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8. 같은 곳을 두 번 가기를 두려워말자

   사실은 같은 곳을 두 번 이상 다녀올 것을 권유하고 싶었지만, 조금은 지나치다 싶어 수위를 낮췄다. 여행은, 더구나 주말여행은 한 번 가서 그곳을 낱낱이 살펴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는 길에 노량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면 더더욱 그렇게 된다. 처음 한 번은 그곳의 분위기나 전체적인 그림을 훑어본 다음에 한 번 더 가서 여기저기 톺아보는 식으로 여행을 하면 좋다는 말이다. 두 번으로도 넉넉하지 않다면 다시 한번 가면 될 일이다. 여행은 다녀온 곳을 늘려나가는 작업이 아니다. 스펙 쌓기는 더더욱 아니고, 경험치를 키우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맞는 말이다. 여행은 생활권 밖에서 세상과 교류하는 또 다른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9. 현지 문화를 존중하자

  여행을 하는 곳에 있는 모든 것들은 여행자에게는 한번 스치고 지나가는 인연이지만, 그곳에 터 잡고 사는 이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며, 하찮아 보이는 것들이라도 그들의 일상이자 생활이다. 그들의 눈에 여행자는 그저 손님일 뿐이다. 여행자의 눈높이와 달리 발에 차이는 돌 하나라도 그들에게 큰 의미가 있거나, 사는데 꼭 필요하거나, 그들의 관계 안에서 일정하게 역할이 있는 것들일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은 물론이려니와 그곳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갖은 생명들, 작은 돌 하나, 풀 한 포기, 나무 한 조각까지도 함부로 대하지 말고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


10. 목적지를 정하되 연연하지 말자

  보통 여행은 목적지를 정해놓고 가게 마련이다. 여행의 초반 일정은 목적지까지 이동하기 위해 채워진다.  표를 예매하고, 터미널까지 이동한 다음 시간 맞춰 차에 오른다. 그리고 차가 자기를 목적지에 데려다줄 때까지 여전히 여행을 시작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올라탄 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할 무렵부터  창밖 풍경에 취하거나, 오래된 국도변 저 멀리 내려앉은 옅은 안개와 안개에 가려 첩첩 쌓인 멋진 경치를 만나거나, 괜스레 말을 걸어보고 싶은 사람과 스치는 행운을 얻거나, 왠지 한번 들려보고 싶은 곳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다음에 꼭 한번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고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즉시 행동에 옮기는 편이 낫다. 경치가 멋있어 보이는 것은 진짜로 경치가 멋있기도 하겠지만, 그 경치가 멋있어 보이게 하는 자신의 마음 상태나 기분, 날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음에 다시 온다면 실망만 하고 돌아갈 수도 있다.  사람의 일이란 내일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오늘 또는 내일 아니면 며칠, 몇 주 안에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다음'은 오지 않을 수 있다. 길을 가다 만나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자. 차창 밖 경치가 멋있어 보인다면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그곳으로 돌아가 보자. 목적지를 향해 부지런히 운전을 하다가 만나는 황홀해 보이는 풍경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방향을 바꿔보자. 그럴 때에야 비로소  이동하는 행위가 낭비가 아니라 기억에 남을 여행으로 바뀌게 된다. 비록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이 큰 문제겠는가? 여행을 하면 그만인 것을.





이 모든 말을 아우를 수 있는 말이 생각났다. '얽매이지 않기'가 바로 그 말이다. 다른 말로는 '자유'라고 할 수 있다. 유명한 곳, 명승고적, 국립공원 등등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기준과 지침에 따르는 것은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매력은 있지만, 참신한 매력은 없다. 때로 그런 곳들은 정책의 산물이며, 때로는 편견과 아집의 산물일 수도 있다. 기성 가치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만의 생각으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여행이 바로 주말여행의 매력이다. 그러므로 위에 제시한 10가지 기준은 한 번 읽고 잊어버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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