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벨리 국립공원(Death Valley National Park)
때 이른 벚꽃 몇 송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철 지난 낙엽들은 여전히 사부작사부작 바람에 뒹굴라 치면
마음 한편엔 어느새 그리움이 깃든다.
두고 온 것 없는 그곳에 자꾸 마음이 가는 까닭은
지난번 다녀오다가 슬쩍 마음 한편 떨어뜨리고
모르는 척 떠나왔기 때문이리라.
오늘도 난 여행을 여행하며 하루를 살았다.
어느 추운 겨울, 별다른 준비 없이 떠난 여행이었다.
느지막하게 도착한 숙소에는 마침 작은 호수가 있고
휘황한 조명을 밝혀 여행객을 유혹하고 있었다.
저기 서 있는 나무는 무슨 죄가 있을까?
잠을 좀 자야 할 시간에도 저리 휘번득거리고 있으니...
그곳에도 아침은 죽지 않고 찾아왔다.
딴엔 멋진 해돋이를 기대했지만, 하늘엔 구름이 잔뜩 몰려왔다.
춥기는 왜 그리 추운지, 우리 동네에서는 상상도 못 하던 추위다.
후다닥 몇 장 찍고 다시 얼른 숙소로 돌아왔다.
꽃단장에 여장을 챙기고 부지런을 떨었다.
단테의 이름이 이 사막에 등장할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는데,
'단테스 뷰(Dante's View)'에 오르니 저 멀리 까마득하게 바닥이 보인다.
저곳이 해수면보다 낮다는 바로 그곳(Badwater Basin) 이리라.
미국 본토에서는 가장 넓은 국립공원이라지, 아마.
캘리포니아의 사막은 모래사막은 적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사막 기후 때문에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고, 특정 식물들만 서식한다.
황무한 모래 언덕, 식물이 거의 없는 높은 봉우리들,
그리고 해수면보다 낮은 소금 분지 등 볼거리가 많다.
포인트마다 잘 정비되어 있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돌아보는 데 별 문제가 없다.
데스밸리의 해돋이 명소는 자브리스키 포인트(Zabriskie Point)다.
자브리스키는 오래전 이곳에 있던 붕소 광산의 부사장이었는데,
데스밸리를 대외에 알리고 공원화할 것을 정부에 건의하여
장차 국립공원이 되는 데 공을 세운 사람이라고 한다.
이곳은 그를 기념하기 위해 이름을 붙였다.
미국 본토에서 가장 낮은 지역(Badwater Basin)이다.
여름철에는 온도가 높아 찾는 이가 적지만,
지금은 겨울이다 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마른 소금들이 지천인 너른 들'이라는 것 말고는 별로 볼거리는 없지만,
그 신기함에 이곳을 찾는 것 같다.
네춰럴 브리지, 아티스츠 드라이브, 데빌스 골프코스 등등
볼거리가 몇 곳이 더 있는 이곳은
그러나 사실은 오늘 소개한 곳 말고도
샌드 듄스, 레이싱 트랙, 티캐틀 분기점 등 볼거리가 꽤 많이 있다.
사진을 보면서
그곳에서 있었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하고,
좋았던 추억들이 들고일어나기도 한다.
그리 멀지 않은데도 자주 가보지는 못하는 것은
오히려 가깝기 때문에 조금은 소흘 해지기도 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도 조금 닮아있는 것 같다.
그럴수록 더 애쓰고 배려해 주는 넓은 마음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