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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에 홀리다 Nov 20. 2017

위클리 매거진 작가 할래?

브런치팀에서 온 메시지

며칠 전에 브런치팀에서 연락이 왔다. 브런치에서 진행하고 있는 위클리 매거진에 글을 실을 수 있는 자격이 있으니 신청하라는 내용이다. 신청 자격은 몇 가지가 있는데, 살펴보니 구독자 1,000명에 해당된다. 그렇다!  브런치에서 위클리 매거진을 처음 시작할 무렵 글을 싣고 싶으면 신청하라는 공지를 보고 슬쩍 한번 내용을 살펴봤다. 그런데 신청자격을 보고는 그만 화면을 덮었던 기억이 있다. '다른 것은 고사하고 구독자가 1,000명은 돼야 한다니! 말도 안 돼!' 당시 구독자는 정확하게 기억에는 없지만 기준까지는 턱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알림을 받고 처음에는 기쁘고 흥분된 나머지 당장 신청하겠노라고 속으로 대답을 했는데,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곰곰히 생각을 해 보았다. 과연 신청할 자격이 있기는 한 걸까?

블라인드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2016년 12월이었으니, 구독자가 1,000명을 넘어선 것은 거의 만 일 년 만의 일이다. 구독자 증가 추세가 빠른 것인지, 느린 것인지, 보통 수준인지 전혀 느낌이 없고, 또 관심도 없지만, 그동안 부족한 글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이만큼 늘었으니 그에 대한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읽을만한 글을 쓰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해 보지만, 결과는 역시 독자들 손에 달려 있을 뿐이다. 그런데 막상 위클리 매거진에 글을 쓸 자격을 얻고 보니, 글을 쓰는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작가들의 글쓰기가 어떤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글 한 편을 쓰기 위해서 수많은 날을 씨름해야 한다. 글을 구상하고 자료를 준비해서 글로 옮기는 작업을 하느라고 그런 것이 아니라, 이미 준비된 상태에서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 어렵다. 이것은 물론 전업 작가가 아니니, 본업을 하고 나머지 시간을 쪼개 글을 쓰다 보니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다. 몸을 쓰는 일, 소위 막노동이 본업인지라 일이 끝나고 귀가하면 파김치가 되어 모든 일이 귀찮아진다. 잠시 몸을 추스르고 책상머리에 앉아 키보드를 좀 두드릴라치면 어느 틈 엔지 찾아오는 졸음 마귀가 괴롭히기 시작한다. 애꿎은 커피만 축내다 결국 패배의 쓴잔을 마시기를 몇 날 며칠 하다 보면 글 한 편 올리는 데  두세 주는 족히 걸리는 모양이다. 그런데 매주 한 편씩 글을 발행해야 한다니, 그것도 책으로 엮을 정도로 완성도 있는 글을... 언감생심이다.

계단에는 길이 없다



이런 나의 사정이 읽혔는지 브런치팀에서 팁을 준다. 완성할 꼭지 가운데 열 꼭지를 미리 보내면 살펴봐서 괜찮으면 작가로 선정하겠단다. 열 꼭지를 미리 완성해야 하는 까닭은 마감에 쫓겨 글의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마감을 놓쳐 글을 싣지 못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인다. 꼭 나 같은 사람에게 해당하는 말이니 나의 저간의 사정을 저들이 알리야 없겠지만 마치 미리 알고 하는 말 같아 조금은 위안이 된다. 게다가 제한 시간 없이 상시 접수한다니 힘도 좀 생긴다. 위클리 매거진 작가가 되고 싶은 욕심도 좀 난다. 이것저것 살펴보고 돌아봐서 몇 가지 책도 좀 사고, 자료도 모으는 등 준비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분주해진다. 그렇다고 해도 작가 신청하는 데까지 몇 달은 너끈히 걸리지 않을까...?, 너무 늦지는 않을까...?, 뭐, 그러면 어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꼭 출간 작가가 목표가 아니라 다녀온 여행을 많은 분들과 나누려는 것이었는데, 작가로 선정된다면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고, 아니라고 해도 꾸준히 부족한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과 새로운 경험을 나눌 수 있으니, 그것이면 됐지 싶다.  이 기회를 빌어 그동안 찾아주신 독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비록 주말에만 여행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경험을 나눌 기회는 적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여행지를 찾아 여행하려고 한다. 글을 쓰는 속도가 느려 여행을 다녀온 지 두세 주나 길게는 한 달이 넘게 걸려 글을 올릴 수도 있어 시의에 한 박자씩 느린 글이 올라가더라도 많은 분들과 여행에서 얻은 경험과 느낌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문은 열릴 수도, 닫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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