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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에 홀리다 May 21. 2018

설레는 밤

프롤로그


'여행은 왜 하니?'

나에게 여행은 늘 기분 좋은 일탈이었다. 비록 생업을 위해 주중엔 일을 하고 주말에만, 그것도 겨우 한 달에 한 번 다녀올까 말까 하는 정도의 여행이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여행은 정해진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지금은 여행하는 일이 일상사가 되어 일탈이라고 말하기가 좀 쑥스러워지기는 했지만, 그랬다. 여행이 일상사가 된 지금, 생각해 보면 그동안 나름대로 여행을 하려고 치열하게 애를 썼다. 처음에는 지루하고 힘든 일상에 활력을 주기 위해 여행을 하기로 했다. 아니, 사실은 주말 등산을 먼저 시작했다. 등산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여행을 시작했는데, 거주지 주변을 등산하는 것과 먼 거리를 오가며 하는 여행과는 기본적으로 많이 달랐기 때문에 처음 몇 번 여행을 다녀오고는 여행을 계속해야 할지 말지 고민되었다.


창 밖의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일, 여행의 시작


우선은 비용이 문제고, 먼 거리를 오가다 보니 시간 활용과 체력 안배 등이 문제가 되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 보니 지금과 같이 비교적 나름대로 적은 비용과 효율적인 시간 활용으로 즐거운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좀 더 긴 여행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 해에 연휴로 즐길 수 있는 때가 몇 번 있는 데, 그 가운데 한두 번은 그래도 사나흘 시간을 내서 좀 더 먼 거리나 좀 더 깊이 있는 여행을 다녀오고는 하기 때문이다. 이런 주말 여행자에게 무려 여드레 동안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여드레, 아직은 실감 나지 않는 기간이다. 얼마 만에 이렇게 긴 여행을 할 수 있게 된 것인지 기억조차 없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많은 분들이 콧방귀를 뀔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 가지고 그리 호들갑이냐고 말이다. 하기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 가운데는 한두 달의 장기 여행을 그것도 모자라 아예 보따리 싸들고 한 해 내내 여행하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소문은 들었다.


저 신기해 보이는 뜬금없는 바위를 보라, 이래서 여행은 늘 즐겁고 신난다.


꿈꾸지 않고 사는 것을 즐겨하는 사람으로서 무엇인가를 바라고 기대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은 풀기 어려운 숙제와 같다. 오늘의 삶에 온 힘을 기울이자고 끊임없이 다짐하지만, 여전히 팔닥거리며 솟아오르는 욕구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많은 것을 보류하거나 유보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달고 산다. 다른 이들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꾸지 말아야 할 꿈을 꾸고, 밤새 잠을 설쳐가며 꿈속에서 헤매거나, 무엇인가 알아보지도 못할 낙서를 끄적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나 보다, 이번 여행이 너무 기대가 된다. 이 일로 일상이 방해받는 것은 아니지만, 여드레는 그동안의 여행과 비교해 볼 때 굉장히 긴 시간이다. 이번 여행은 주말여행으로 다녀오면 몇 달에 걸쳐야 다녀올 수 있을 만큼 길다. 그러니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주말여행이라는 것이 여행을 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그것이 그리 효율적인 여행 방식은 아니라는 데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하기사 효율성만 따지다 보면 정작 그로 인해 얻을 수도 있는 다른 유익함도 잃게 될 수도 있으니, 어쩔 수는 없다고는 해도 나름대로 그 방식을 고수할 이유는 갖춘 셈이다.


얘들아, 꿈은 위험하단다


'그랜드 서클(Grand Circle)이 뭐야?' 

'그랜드 서클(Grand Circle)'이란 미국 서부지역의 네바다. 유타, 애리조나. 콜로라도. 와이오밍. 뉴멕시코를 아우르는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이 지역 안에 십 여개의 국립공원과 수많은 준국립공원, 주립공원 및 역사공원, 자연보호구역 따위의 경관이 뛰어난 곳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을 동그라미로 묶어 '그랜드 서클(Grand Circle)'이라고 부르고, 여기를 한 번에 돌아보거나, 어려우면 몇 번에 나누어 여행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유타에는 모두 다섯 곳의 국립공원이 있고, 애리조나에는 세 곳, 콜로라도 네 곳, 네바다 한 곳이 있는데, 이곳들이 모두 그랜드 서클 안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포함되기 때문에 한 번의 일정으로 돌아보려면 적어도 보름은 넘겨야 훑어볼 수 있는 정도다.


빨간 선으로 표시한 지역을 여행하게된다.


이번 여행에서는 이 지역을 모두 돌아보는 것이 아니다. 팔일에 걸쳐 그 가운데 가장 이름이 널리 알려진 지역을 골라 돌아보게 된다. 더구나 여럿이 함께 어울려 여행하기 때문에 그동안 해왔던 여행과 달리 행동의 제약과 짜인 일정에 돌아야 하는 한계가 있지만, 운전을 하지 않는데서 오는 자유로움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여행 일정은 지도에 표시해놓은 것처럼 라스베이거스에서 출발하여 다시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오게 되는데, 여행지마다 하루씩만 묵지만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이틀을 묵는 것으로 되어있어서 결과적으로는 라스베이거스를 가장 잘 볼 수 있게 된다. 주요 여행지는 자이온 국립공원, 브라이스 캐니언 국립공원,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 캐니언랜즈 국립공원, 아치스 국립공원, 데드 호스 포인트, 호스슈 밴드, 모뉴먼트 밸리, 세도나, 앤텔로프 캐니언, 그랜드 캐니언 따위의 국립공원과 주립공원 혹은 이름난 캐니언을 여행하게 된다. 한두 곳을 빼고는 이미 다녀온 곳들이기는 하지만, 여행이 어디 한 번 다녀온 것으로 끝나던가? 몇 번이고 가면 갈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 여행의 진수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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