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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에 홀리다 Jan 25. 2018

미국의 국립공원, 조슈아 트리

색다른 공원 여행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Joshua Tree National Park)은 거대한 사막, 곧 콜로라도 사막과 모하비 사막이 만나 겹치는 곳에 있다. 단순히 만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막의 지리 특성과 생물 특성이 어우러져 다른 사막들과는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이 공원은 1994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니, 다른 공원과 비교할 때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총면적이 3,200평방 킬로미터에 달할 정도로 널찍하여 다양한 야외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볼거리까지 다양해서 2016년 기준 26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공원을 찾았다.  달리 표현할 말이 많지만 다음 몇 가지 낱말로 이 공원을 이야기해 볼 수 있다.



/나무

1850년대 몰몬교도들이 정착지를 찾기 위해 이곳을 찾았을 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이한 모양을 한 나무를 발견했다. 그 모양이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조슈아(여호수아)가 두 손을 들고 기도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조슈아 트리(Joshua Tree)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조슈아 트리는 나무가 아니라 선인장 가운데 하나다. 정확하게는 아스파라거스과 유카 속의 유카 브레비폴리아(Yucca brevifolia)라는 늘 푸른 다육 성 식물이다. 줄기는 15m까지 자랄 수 있으며, 처음 10년 동안 한 해에 7.6cm, 이후 한 해에 3.8cm씩 자란다. 조슈아 나무는 미국의 서부, 곧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유타, 네바다 지역의 사막에서 발견되지만, 주로 모하비 사막의 해발 400-1,800m 지역에서 자생한다. 오래 사는 녀석들은 무려 1,000년 가까이 살아낸다.

공원 서쪽의 비교적 높은 지역으로 갈수록  조슈아 나무의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역사

1920년대 후반까지 개발의 바람을 타고 개설된 도로로 사막 지역으로 접근하는 것이 쉬워지자, 사막 지역에 서식하는 선인장 등 다양한 동. 식물을 밀반출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엘에이 인근 파사데나에 거주하던 미네르바 호이트(Minerva Hoyt)라는 사람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1936년 이곳은 마침내 준국립공원(National Monument)으로 지정됐다. 서부개척 시절 금광을 찾던 사람들이 이곳에도 흔적을 남겼다. 약 80여 곳에 굴을 뚫었지만, 돈이 될 만큼 금을 캐낸 곳은 한 두 곳에 지나지 않고 그때 팠던 굴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그러다가 빌 클린턴이 태통령으로 재임하던 1994년에 데스 밸리(Death Valley), 사구아로(Saguaro)와 함께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다. 공교로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세 곳 모두 사막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들어 광산에 있던 구조물을 복원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막

공원 동쪽 저지대에는 덥고 건조한 콜로라도 사막이 있고, 공원 서쪽 고지대에는 습도가 높고 비교적 시원한 모하비 사막이 건재하고 있다. 콜로라도 사막에는 오꼬띠요, 초야 선인장, 브리틀 부시 등이 자라고 모하비 사막에는 조슈아 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또한 공원 안에는 5개의 오아시스가 있으며, 오아시스 주변에는 팜트리가 무성해 그늘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이들은 사막의 무더위를 식힐 수 있다. 공원에는 모두 3개의 입구가 있는데 62번 도로에서 들어오는 서쪽 입구는 조슈아 트리 방문자 안내소가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다. 62번에서 동쪽으로 좀 더 가다가 만나는 북쪽 입구는 오아시스 방문자 안내소를 이용할 수 있다. 나머지 하나는 10번 프리웨이에서 들어올 수 있는 곳으로 남쪽 코튼우드 방문자 안내소를 이용해 들어올 수 있다. 그런데 이 남쪽 입구를 통해 들어오게 될 경우 만나는 풍경들이 바로 콜로라도 사막의 특징이며, 서쪽과 북쪽 입구를 통해 들어오면서 만나는 풍경이 모하비 사막의 특징을 띄고 있다. 남쪽 입구로 들어오면 초야 선인장 군락지를 지날 때까지는 조슈아 나무를 단 한 그루도 볼 수 없다.

초야(Cholla) 선인장 군락지
오꼬띠요(Ocotillo) 선인장과 꽃봉오리



/캠핑

공원에는 9개의 캠핑장이 있다. 인디언 코브와 블랙 록 캠핑장은 10월부터 5월까지 예약이 가능하고, 그 밖의 기간은 선착순이다. 그리고 나머지 캠핑장은 연중 선착순 배정이다.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의 성수기는 들꽃이 흐드러진 봄과 더위가 누그러드는 가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공원 안에서 캠핑을 하려면 미리 예약을 해두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지나친 걱정은 하지 말자. 다른 공원과 달리 공원 안에서 다양한 캠핑을 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백컨트리(Backcontry) 캠핑을 원한다면 공원 13곳에 설치된 무인 백컨트리 보드(Backcontry Board)에 기록하고 오지에서 백패킹을 할 수 있다. 백패킹은 도로에서 1마일, 트레일에서는 500피트 떨어진 곳이면 가능하다. 백컨트리 보드는 공원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지도에 표시되어 있다.

날이 추운데도 노부부는  RV를 주차하고 산책에 나섰다. 마침 빈 곳이 있어서 잠시 차를 세우고 점심을 해결했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지도 곳곳에 파란색 B가 보이는데, 이곳이  백패킹을 위해 등록할 수 있는 곳이다. [from www.nps.gov]


/하이킹

1마일이 채 안 되는 곳부터 35마일을 걸어야 하는 곳까지 무려 32 곳에 다양한 코스가 준비되어있다. 덥고 건조한 날씨를 생각해서 준비를 잘하면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공원의 또 다른 장점이다. 특히 하이킹 코스 가운데는 짧으면서도 공원의 생태계를 살펴볼 수 있는 자연탐사 코스가 여럿이 개설되어 있으므로 이 공원이 가지고 있는 숨겨진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로스트 팜 트레일 입구/메스토돈 마운틴 트레일/터키 플랫 트레일 입구


/바위

이곳은 화강암 바위가 많기로도 이름나 있다. 기암괴석이 많아 보는 이들을 즐겁게도 하지만, 바위를 오르려는 사람들도 북적이기도 한다. 다른 곳에 비하여 쉬운 경로가 많이 개설되어 있어 초보자들도 무리 없이 바위 타기를 즐길 수 있다. 무려 800여 개의 바위 타기 코스가 개발되어 있다고 한다.

공원 서쪽 입구로 들어오는 경우 이와 같은 바위 군상을 수도없이 만날 수 있다.
이름이 있는 바위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름이 없으므로 나름대로 이름을 지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위 삼매경에 빠지게 된다.


/생물

사막에 무슨 나무가 자라고 꽃이 필까 싶지만,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을 비롯하여 주변에 있는 많은 사막들(소노란, 모하비, 엔자 보레고, 팜 데저트, 데스 밸리 등)은 울창한 숲 속만큼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보물 창고라고 할 만하다. 물론 임페리얼 사막과 같은 모래사막은 별개로 해야겠지만, 그 밖의 사막들에는 삼림지역이나 습지 또는 초원 등과는 다른 종류의 생물들이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 특히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에는 813 종의 식물, 40 종의 파충류, 41 종의 포유류 및 240 종의 조류들이 서식하고 있다. 이들은 사막의 거친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모양과 빛깔 크기 등은 다른 지역의 생물에 비하여 볼품이 없을 수도 있지만,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이런 다양한 생물 종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체 공원 면적의 절반이 넘는 1,700 평방 킬로미터에 해당하는 지역을 자연보호 구역으로 지정하여 모든 개발을 금지하고 있다.


  사막지역의 새들은 대부분 더위를 피해 낮보다는 아침과 저녁 그리고 밤에 주로 활동을 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모두 그런 것은 아니라서 관찰을 하다 보면 종종 여러 동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울창하지는 않지만 덤불과 관목들이 있는 수풀을 조용히 걷노라면 느닷없이 새 한 마리가 종종걸음으로 길을 건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이곳에 서식하는 로드러너라는 새다. 처음엔 사람이 다가가도 날지 않고 걸어가기만 해서 '응? 쟤 뭐지?'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그 녀석이 로드러너다. 저 멀리 어느 곳에선가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가 들리고, 세찬 바람이 휘익 한들거리는 꽃잎을 건드리고 지나간다.

봄이 되려면 아직 더 있어야 하는데도 이처럼 많은 꽃이 피었다.


  봄이 되면 사막에는 노란 바람이 세차다. 물론 겨울에도 이처럼 많은 꽃이 피기는 하지만, 눈에 띄지는 않는다. 지나는 길에 눈을 씻고 찾아야 있을 정도다. 그러나 봄이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황량하게만 보이던 벌판은 온통 노란 빛깔 들꽃들로 가득 차 잔치를 벌인다. 갖은 종류의 선인장들도 꽃을 피우고, 겨우내 죽은 듯이 보였던 온갖 풀꽃들이 기지개를 켜며 생기를 찾는다. 겨울에 피운 꽃들은 갖은 풀들이 마치 봄을 맞이하기 위해 천천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리번거리며 공원을 돌다 보면 시간이 언제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곳이다. 무관심하게 휙 스치면 하루도 남을 만큼 볼거리가 없다고 볼멘소리를 하기 딱 좋은 곳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주변을 둘렛 둘렛 톺아보다 보면 하루도 모자라 캠프장에 자리 없나 기웃거리게 된다. 세상만사 하기 나름이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딴판이 된다. 여행이라고 다르지 않다. 어떻게 살피고 둘러보느냐에 따라서 그들과의 관계가 달라지고 내게 다가오는 정도도 달라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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