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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에 홀리다 Mar 02. 2018

미국의 비경, 콜마인 캐니언/블루 캐니언

시간의 발자국


  01  |  길 위에서                                                                                                                                                

날이 밝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들녘은 밤새 서리가 내려 시리도록 하얗다. 지평선을 지렛대 삼아 떠오르는 햇살이 부시다. 지난 시간을 등에 업고 여전히 의연한 들풀들 사이로 아침이 열리고 있었다. 얼마나 기다렸던 하루의 시작인가!


미처 다가가지 못할 만큼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의 마음은 그런 것들에 끌리는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의아해하거나 뻘쭘하게 서있지도 말자. 마음 내키는 대로 몸을 맡겨 움직여보는 것도 좋다. 감정을 너무 믿는 것도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지나치게 머리를 믿는 것은 상황을 아주 나쁘게 만들 수도 있다. 마음이 끌린다면 가던 길 잠시 멈추고 하늘 저 멀리 펼쳐져 있는 지평선 그 너머를 상상해 보는 일도 괜찮을 것이다.  


02  |  보호구역(Reservation)                                                                                                                          

그곳 어디쯤이라고 했다. 덜컹이는 황톳길을 달려 휑하니 널려있는 들녘 안쪽으로 가다 보면 보일 거라고 했다. 그리고 윈드밀이 보이면 거의 다 간 것이라는 말도 했다.  다중지성들은 이렇게 서로를 돕고 있다. 자기가 했던 경험과 느낌과 상세한 정보, 그리고 때로는 오류가 날 수 있는 지점까지 나눔으로써 다음 사람이 찾아가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 다양한 정보의 공유가 항상 맞지는 않지만, 처음 가는 길에 그만한 길잡이도 흔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미리 알게 된 이야기와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왔다.


이곳은 슬픈 역사가 깃들어 있는 땅이다. 흔히 알려져 있는 '보호구역(Reservation)'은 사실은 보호구역이 아니다. 미국 정부에서 토착민들 소유의 유전 지대나, 광물 자원 등을 뺏기 위해 특정 지역을 정해 강제로 이주시킨 구역이기 때문이다. 그들 사이에도 여러 부족이 있는데, 이곳은 나바호족과 호피족의 강제 이주지역이 만나는 곳이다. 나바호족은 호전적인 기질이 있어서 호피족의 거주지를 침략해 상당한 영역을 빼앗았는데, 이런 까닭으로 그 두 부족은 지금도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이런 역사를 간직한 이 땅은 그러나 황량하기 이를 데 없다. 그들은 자치를 한다고 하지만, 마땅히 생계를 이을만한 일거리도 없다. 아주 최근에야 미국 정부는 이러한 역사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지만, 현실적으로 그들의 삶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곳곳에 거주지역이 산재해 있고, 또한 곳곳에 이처럼 폐가들이 널려있기도 하다.                                   


03  |  콜마인 캐니언(Coal Mine Canyon)                                                                                                      

사실 이곳을 찾는 것이 그들에게 미안했다. 관광지로 개발된 것도 아니라서 그들의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길도 없다. 가까운 도시엔 그런대로 살만해 보이는 사람들이 오가지만, 그들도 자본주의 체제에 속해있다 보니 우리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구석이 있다. 어쨌든 콜마인 캐니언(Coal Mine Canyon)은 그곳에 있었다. 이곳에서 가까운 거리에 투바(Tuba City)가 있다. 투바는 교통의 요지다. 불과 한 시간여 거리에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이 있고, 화석림 국립공원(Petrified Forest National Park)도 있으며, 모뉴먼트 밸리, 캐니언 드 세이 준국립공원(Canyon De  Chelly National Monument)등 수많은 공원과 볼거리가 널려있다. 뿐만 아니라 마블 캐니언, 파리아 강, 더 웨이브, 벅스킨 걸치 등 굵직한 관광지를 품고 있는 버밀리언 클리프 준국립공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그랬을까? 콜만인 캐니언은 개발되지 않고 그저 아는 사람들이 가끔씩 찾아드는 경치가 꽤 괜찮은 계곡으로 남아있다. 그렇다 보니 자연 그대로 거칠고 황량하면서도 좀 더 원시적인 경치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래전에는 이곳에서 석탄을 캐기도 했다고 한다. 사진의 거무스름한 부분이 석탄 성분이 섞여있는 돌이다. 크기는 많이 작아도 유타의 캐니언랜즈 국립공원을 닮을 듯도 하고, 서있는 후두들은 브라이스 캐니언 국립공원비슷하다. 허허벌판에 이렇게 거친 계곡이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강이 흐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다못해 작은 냇물 흐르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오랜 세월 동안 바람에 씻겨 자연의 힘으로 이렇게 멋있는 이 만들어졌다.


윈드밀이 이정표가 된다는 사실은 계곡 안으로 들어와 보면 확실해진다. 찾는 사람이 적으니 팻말도 없고, 안내문도 없을뿐더러 이정표 조차 없다. 그저 주변에 서있는 눈에 띄는 구조물을 이정표 삼을 뿐이다. 계곡엔 편의시설도 없다. 달랑 피크닉 테이블 몇 개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 테이블을 보면서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든다. 아마도 이곳 주민들이 많은 사람이 찾아오기를 기대하면서 만들었을 텐데 주말인데도 찾은 사람은 우리를 포함해 서너 명뿐이니 말이다.


04  |  인디언  7                                                                                                                                       

요즘은 '인디언'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는 잘 쓰지 않게 되었으니 '인디언 루트'도 어떻게든 고쳐야 마땅하겠지만, 지도며 인터넷이며 할 것 없이 아직은 이렇게 표기하고 있다. 과거 인디언이라고 부르던 것을 요즘은 원주민(Native American)으로 고쳐 부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지도 등에서도 고쳐주면 좋을 텐데 쉽지 않은 모양이다. 좀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그들 자신도 이 이름에 익숙해져 있어서 이 밖에 달리 부르는 것에 더 어색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아직도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왜곡했던 수많은 언어 표현과 지역 이름이며 땅이름, 잘못된 역사적 사실이나 용어를 아무런 의식 조차 없이 버젓이 쓰고 있는 현실임을 감안해 볼 때, 그들의 태도를 탓할 수도 없다. 하물며 이제 막 과거사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가 나왔으니(2010년 오바마 대통령 시절) 이해할 만하다.


원주민 강제 이주지역(Native American Reservation)은 주로 황량한 사막지역이다. 드넓은 지역 곳곳에 목장이나 민가가 있고, 이들을 잇기 위해 거미줄처럼 비포장 길이 얼기설기 얽혀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이런 길을 함부로 들어섰다가는 곤란한 경우를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얽힌 일화는 글의 끝무렵에서 다시 소개하겠다.  그런 길 가운에 그래도 좀 널찍하게 뚫린 길이 있다. 바로 '인디언 루트 7번'이다. 블루캐니언으로 가려면 인디언 루트 7번을 타고 가야 한다. 투바에서 갈라지는 길이 두 개가 있는데, 모뉴먼트 밸리로 이어지는 160번 도로와 화석림 국립공원 쪽으로 난 264번 도로다. 이 두 길을 중간에서 이어주는 도로가 이 인디언 루트 7번이다.  길은 그래도 자동차가 서로 비껴갈 만큼 넓어서 처음 길에 들어서는 사람이라도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그러나 이 길은 사륜구동 차량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다녀온 경험으로 볼 때, SUV는 필수사항, 사륜구동은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사륜구동 SUV는 필수사항이다. 혹시나 해서 이륜구동 상태로 시도해 보았지만,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길에 모래가 많아 사륜구동이 아니면 지나갈 수 없을 정도였다. 여기에 비라도 오면 질척한 데다가 모래라니.... 이럴 때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원주민 루트 7번 입구'와  길갓집 몇 채


05  |   블루 캐니언(Blue Canyon)                                                                                                                   

한여름 뙤약볕 아래 정처 없이 걷던 지루한 길이 지나가는 소나기를 만나 갑자기 생기를 찾듯이, 7번 길을 터덜거리며 가다 보면 지루하던 주변 풍경이 느닷없이 험해지는 곳이 나타난다. 느낌으로는 블루 캐니언에 다 온 것 같은데, 차를 세우고 둘러보니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길만 험해진 것이 아니라 평지는 계곡으로 바뀌고, 지세도 평탄치 않다.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거의 확신으로 바뀔 무렵 길은 어느새 새끼를 쳤는지 두 갈래 세 갈래다.


살다 보면 평탄하기만 하던 인생살이가 한순간의 선택으로 굴곡진 험로로 바뀌는 경우가 어디 한두 번 이던가. 그저 어느 길인가 가면 그만일 뿐인데 뭐, 인생살이까지 등장하는 건 너무 지나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찌 됐든 기회가 될 때마다 자신의 길을 살펴보는 것은 나쁘지는 않겠다 싶다. 어떤 생각과 기준으로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이후 볼 수 있는 경치가 달라질 뿐만 아니라, 먼 길 왔는데 기왕이면 조금이라도 더 둘러볼 수 있다면 좋지 않겠는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 많질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선택의 기준이 됐다.

옆 길로 샜으면 둘러볼 수 있었을 블루 캐니언 건너편 풍경이다.


그렇게 우왕좌왕하는 사이 나도 모르게 '아!'하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블루캐니언이구나'라는 자의식 조차 없이 그저 눈앞의 신비경에 홀린 듯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배경으로 올망졸망 서있는 앙증맞은 후두(Hoodoo)들의 무리로부터 오묘한 빛깔과 섬세한 무늬가 아로 세겨진 거대한 후두들까지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만큼 이색적이고 특이한 풍경은 정신을 몽롱하게 만든다.


캐니언은 사실 널찍하다.  후두가 있는 곳도 있고, 건너편처럼 후두가 없는 곳도 있으며, 안으로 쑥 들어가면 붉은 사암이 아니라 청회색 사암이 주를 이루는 구역도 있다. 생각키로 이 지역의 빛깔 때문에 '블루캐니언'이라는 이름을 얻었으리라.  이곳을 다 돌아보려면 하루로도 모자라지 싶다. 그러나 눈을 확 끌어당기는 경치는 역시 후두 무리가 몰려있는 구역일 것이다. 이번 여행도 이 후두 밭을 돌아보는 것으로 마감해야 할 만큼 시간이 조금 모자랐을 뿐만 아니라, 후두들 하나하나가 다 다른 모양, 다른 무늬, 다른 생김새를 지녔으므로 그들을 다 돌아본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다른 구역은 아무래도 다음 기회를 엿봐야 할 것 같다.


이 후두들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가만히 살펴보면 후두 머리 부분은 대개 붉은 사암이고, 중간 부분은 흰색에 붉은 테가 둘러있거나, 붉은 사암에 흰색 무늬가 새겨져 있다. 그동안 다른 곳에서 봤던 후두들과는 모양과 빛깔이 많이 다르고 특이하다. 이곳과 비슷한 후두는 지난번 다녀온 고블린 밸리의 후두들일 것이다. 그러나 그곳의 후두는 전체가 붉은 빛깔을 띄고, 무늬도 없어서 후두 자체만 놓고 보면 이곳의 후두들이 훨씬 눈에 띈다. 어찌 보면 뉴멕시코에 있는 비스타이/데나진 배드랜드의 후두들을 생각나게 한다. 그러나 역시 후두에 세겨진 화려하기까지 한 무늬와 모양을 보면 비스타이의 후두들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다만, 그때 느꼈던 친밀함과 놀라움을 이곳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후두들 사이사이엔 쇠똥들이 질퍽하다. 딱딱하게 마른 것도 있지만, 아직 말랑말랑한 것들도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땅의 주인인 호피족(Hopi)이 방목하는 소가 이곳에서 놀다간 모양이다. 돌아보면 안타까운 역사가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곳에 사는 원주민들인 호피족에게 이곳은 그저 좀 특이하게 생긴 삶의 터전일 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방인의 눈으로 볼 때 신기하게 보이고, 잠시 들러 구경하는 입장에서 여기저기 함부로 돌아다니지만, 이곳이 삶의 터전인 사람들에게 이곳은 소중한 삶의 현장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멋지고 경이로운 풍경이라고 할지라도 그들의 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게, 그곳에 터 잡고 사는 생물들이 힘들어하지 않게 조심조심 다녀야겠다.


아직 답을 얻지는 못했다, 이곳은 어떻게 생겨났을까?라는 자문을 해보았지만. 오전에 들렀던 콜마인 캐니언과 같은 원리로 생겨났을 것이라고 지레짐작은 해보지만, 지질학을 공부해보질 않았으니 더 이상은 깊이 들어갈 수가 없다. 어쨌든 이곳의 후두들은 지금도 진행형이란 것이다. 캐니언을 다니다 보면 후두의 머리 부분이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것은 그 부분이 약해져 바람 따위 때문에 떨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일부 지역에서는 빗물에 씻겨 이제 모양이 만들어지고 있는 부분도 볼 수 있다.


영원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생성 소멸의 과정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절대'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어떤 대상도 없다. 종교적 의미가 아니라 물질적 측면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오늘 본 경치를 내일은 볼 수 없다. 경치를 구성하는 요소 중 아주 작을 지라도 어제와는 다른 것이 있게 마련이고, 그걸 생각하면 어제의 그 경치가 오늘 보는 그 경치와는 같을 수 없다. 그러나 아주 작은 변화는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그저 같아 보일 뿐이다. 그런데 시간을 압축해 보면 이런 변화들은 금세 눈치를 챌 수 있을 정도의 변화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타임랩스 영화는 시간이 지니는 변화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그러므로 오늘, 살아 숨 쉬는 바로 지금이 가장 소중하다고 할 수 있다.


올망졸망한 후두 숲을 배회하다 보니 어느덧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수도 없이 사진기 셔터를 눌러댔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아름답고 황홀한 풍경이다. 마음 같아서는 이곳에 좀 더 머물면서 지는 해에 물드는 후두들의 향연에 참여하다 좀 더 내키면 촘촘하게 박힌 밤하늘의 별들과 후두들의 대화에도 참여하고 싶다. 그러나 아쉬울 때 돌아서서 미련을 남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 미련이 힘이 되어 이곳을 다시 찾을 수 있는 동기가 될 테니 말이다.


06  |  여행은 추억을 남기고                                                                                                                                

일부러 일으키는 것은 아닌데도 여행을 할 때마다 무엇인가 일이 생기고는 한다. 어두워진 7번 도로에서 한길로 가기 위해 내비게이션을 따라 좁은 길로 들어섰다. 길은 겨우 차 한 대 갈 정도의 넓이로 험하기 이를 데 없었다. 도리가 없었다.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곳이니 믿고 가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몇 마일을 가자니 길은 철조망으로 막혀있는 막다른 곳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제야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이곳은 호피족의 땅이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황량하기만 한 이곳에서 소나 양들을 방목하는데, 철조망이 쳐진 곳은 말하자면 가축들의 우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밤에는 철조망 안으로 넣었다가 낮에는 방목을 하는 방식으로 집짐승을 기르는 모양이다. 낮에는 열렸을 이 길이 밤에는 이렇게 문을 닫아 길이 막히게 되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온 길을 되짚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비게이션은 한 번 꽂히면 다른 방법을 찾지 않는가 보다. 다시 7번 길로 나와 도시로 나가는 방향을 설정해도 길이 막혀있다는 것을 모르는 내비게이션은 계속 그 방향을 가리킨다. 좀 더 앞으로 가다가 재설정하면 좀 돌아서 가는 길로 안내를 해서 가보면 또 막힌 길이다. 그렇게 하기를 몇 번 반복해도 변함이 없었다. 안 되겠다 싶어서 이번에는 따라 들어온 7번 길을 계속 가기로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내비게이션은 계속 곁길로 빠지라고 떠들었지만, 들은 체도 하지 않고 큰길을 따라 진행했다. 그랬다. 7번 길은 결국 한길과 만났다. 막히지 않았으면 도착했을 예상 시간보다 무려 두어 시간이 더 걸리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곳에서 무사히 나올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많은 경험이 기억에서 사라질 무렵이 돼도, 이런 어려움을 겪은 경험들은 추억으로 쌓여 쉽게 잊히지 않고 즐거운 기억을 되새김할 수 있게 해준다.

해가 지고 날이 저물자 마치 길을 안내하기라도 하듯이 달이 떠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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