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절필 위기야. 저녁이 되면 ‘오늘은 또 뭘 써야 하지’ 생각하며 손톱을 물어뜯곤 해. 하루를 바쁘게 보내면 일기장엔 쓸 말이 많아지지만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꼭 생기는 건 아니라서 말이야.
오늘은 친구 집에서 양념치킨을 얻어먹었고, 우리 아파트 웰컴 파티에도 다녀왔어. 좋은 에피소드들이 생겼지만 에피소드만으로 글을 쓸 수는 없어. 실이 있어야 구슬을 엮을 수 있듯, 글을 엮어내려면 에피소드를 관통할 실 같은 게 필요해, 바로 주제 말이야.
나에게 글의 주제란, 내가 전하고 싶은 단 한마디야. 대단한 교훈은 아닐지라도, 그 순간만은 나를 사로잡고 있는 한마디가 있어야 어떤 글이든 쓸 수가 있어. 가끔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던 말을 토해내듯 글을 써내려 가기도 해. 하지만 대부분은 머릿속과 메모장을 샅샅이 뒤지며 그 한마디를 찾아내야 하지.
오늘도 그런 날이었어. 치킨은 맛있었고, 파티도 즐거웠지만, 떠오르는 한마디는 없었어. 그럼에도 간신히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며칠째 나를 사로잡고 있던 ‘글쓰기의 어려움’ 덕이야.
글쓰기란 참 어려워. 공감할 수 있는 한마디를 찾아내는 것과 그 한마디를 전달하는 과정이 어려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가 써낸 글이 나의 실재를 증명해 주는 것 같기도 해. 나의 생각이 글이 되어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이라도 될 때, 생각하는 나의 존재는 마침내 분명해져.
2022.12.4 생각하는 유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