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미미 Dec 07. 2022

렛 미 낫 인트로듀스 마이 셀프

오늘 미국에서 온 임원들에게 나를 소개해야 했어. 회사에서 하는 자기소개는 정해진 루틴이 있어. 먼저 내 이름과 팀을 밝히고, 하고 있는 일과 업무 경험들을 이야기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빼먹지 말아야 할 건 내가 일을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야.


나는 이걸 자기소개라기보단 미국식 자기 어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내 쓸모를 밝히고 유능하단 인상을 주는, 일종의 세일즈 멘트인 거지.


한국에서 자기소개를 할 땐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열거해서 사회적 위치를 가늠하게 하는 것 같아. 어느 회사에서 어떤 직책을 맡고 있고, 어느 학교 무슨 과를 몇 년도에 졸업했고, 고향은 어디인지 같은 것들 말이야.


‘쓸모 위주의 자기 어필’과 ‘사회적 위치 알리기’ 중 어느 방법 나를 더 잘 설명해주느냐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대답할 수 있어. 둘 중 어느 것도 나를 개뿔 설명해주지 못한다고. 자기소개는 오히려 문화를 알려 주는 것 같아. ‘미국 회사에선 개인의 기능에 관심이 있구나.’ ‘한국 사회에선 소속을 중요하게 여기는구나.’ 알게 될 뿐인 거지.


어찌 됐든 나는 문화에 적응해 살아야 하니까, 그럴듯한 자기소개를 성실하게 흉내 내고 있어. 속으로만 말해 볼 뿐이야.

“저도 저를 잘 모릅니다. 그냥 한번 겪어보세요!”


2022.12.7. 자기소개로 소개하기엔 너무 복잡한 유미가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의 절필 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