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서 엽서를 보내. 스위스로 이사온지 6개월 만에 드디어 내가 처음으로 유럽여행을 왔거든. 너는 나에게 무슨 바람이 든 건가 싶으려나? 스위스에 온 후 매일이 낯설어서 굳이 여행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곤 했었었잖아.
오전에 짐 쌀 때까지만 해도 괜히 가겠다고 한 걸까 싶었는데, 막상 배낭을 메고 기차에 오르니 노래를 절로 흥얼거리고 있었어. 이렇게 좋아할걸 왜 그동안 집에만 있었나 싶더라.
실은 두려워서 그랬던 것 같아. 새로운 삶에 터전에서 나는 자꾸 겁을 집어먹고 집으로 숨어들기 일쑤였어. 여행도 두려웠어. 지금도 낯설어서 힘든데 더 낯선 곳에 가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았지.
그러다 지난주에 회사 동료가 알자스 크리스마스 마켓에 같이 갈 사람 없냐고 물어오는 거야. 둘이면 혼자일 때 보단 훨씬 덜 겁날 것 같았어. 이때 아님 언제 가나 싶기도 해서 선뜻 같이 가자고 답했어.
용기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게 아니라, 두려움을 극복해내는 거라고 하지. 고작 집에서 세 시간 떨어진 곳으로 놀러 왔으면서 심각하게 용기를 운운하는 게 우스울 수도 있지만, 한동안 새로운 삶에 터전에서 시달려온 나에게 국경을 넘어 여행 가는 건 분명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어.
내일은 알자르의 스트라스부르에 가볼 거야. 내일도 오늘처럼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더 많은 곳을 여행하고 더 많이 느끼도록, 용기를 내게 되면 좋겠어.
2022.12.9.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쎌레스따에서 유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