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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미 Oct 02. 2022

전부가 아닌 일에 전부를 걸지 않을래

전부에 가까운 일부인 너에게

11월에 싱가포르 콘서트 못 갈 것 같아. 아무래도 나 또 티켓 사기당한 것 같거든... 수법이 홍콩 티켓 사기당했을 때랑 완전히 똑같은데, 또 돈을 보낸 거 있지? 티켓팅 떨어지고 잠깐 눈에 뭐가 씌었던 것 같아. 나는 가끔 이래. 뭔가에 사로잡힐 때가 있어. 그럼 분명히 내 전부가 아닌 일이 내 전부처럼 느껴지게 돼. 그러다 돈을 잃을 때도 많고 돈보다 더 중요한 걸 잃었던 적도 있었어.

전부가 아닌 일에 전부를 걸다가 연애세포를 몽땅 잃어버렸던 적이 있었지. 같은 남자와 만나고 싸우고 차단하기를 몇 번 했었어. 그때 나는 잠도 못 자고 일도 못하고 하루 종일 그 관계에 매달려 있었어. 힘들어하는 나에게 네가 전화를 걸어주면 나는 매번 같은 얘기를 반복했어. “이제 완전히 혼자인 것 같아.”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얘기인데 그땐 정말 그렇다고 믿었었어. 참 이상하지 그때 그 얘길 들어주고 있던 네가 있었는데.

한국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그 남자에게서 또 연락이 왔어. 자꾸만 다시 매달리고 싶어질 때마다 나에겐 너와 가족들과 학교 친구들, 회사 동료들이 있다는 걸 떠올렸어. 그와의 지난했던 관계에 마침표를 찍고 이곳에 도착한 후 벌써 두 계절이 지났어. 나는 그 없이도 잘 지내고 있어.

무엇도 내 전부는 아니야. 덕질도 콘서트도 내게 아주 중요하지만, 중요한 일부일 뿐 전부는 아니야. 오 년 전엔 티켓도 받지 못한 채로 홍콩행 비행기에 올랐었어. 그래도 이번엔 뭔가 잘못됐단 생각이 들자마자 판매자에게 연락해서 인증사진 내놓으라고 닦달을 하긴 했어.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는데도 환불은 해주지 않더라. 비행기와 숙소는 아직 예약하기 전이니,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손절하기로 결심했어. 덕질 말고도 이렇게 글을 쓰는 것, 호숫가를 산책하는 것처럼 나에겐 즐거운 일이 더 많이 있어. 콘서트도 앞으로 더 많이 있을 거고. 잃어버린 돈은 아깝지만, 그 돈이 내 전재산인 것도 아니야. 전부가 아닌 일에 전부를 걸지 않을래.


2022.10.2 미련하지만 조금씩 정신 차리고 있는 유미가.


PS. 그때 나를 감당해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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