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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미 Oct 05. 2022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

맨얼굴이 더 맑아 보이는 너에게

대학생이 된 후 칠팔 년 동안 거의 매일 화장을 했던 것 같아.  그러다 메이크업을 전혀 하지 않게 된 계기가 생겼어. 그건 바로 코로나였어. 사회적 거리두기 중일 때, 많은 한국 회사들은 계속 회사 문을 열었었지만 우리 회사는 거의 2년 정도 문을 닫고 재택근무를 했었어. 집에서 혼자 일하는화장 할 이유가 없었지. 그리고 코로나 끝나갈 무렵에 이곳 스위스로 오게 됐어. 우리 팀 사람들 중 누구도 매일 화장을 하고 출근하지 않아. 자연스레 나도 맨얼굴로 회사에 가. 놀러 가거나 기분 내고 싶은 날엔 화장을 하기도 하지만, 데일리 메이크업을 다시 할 거 같진 아.

나는 내가 화장하길 원한다고 생각했었어. 예쁘게 화장하고 거울을 보면 확실히 기분이 좋아지긴 하니까. 하지만 그건 정말이었을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어. 내가 정말 즐기고 있었다면 재택근무할 때나 지금도 매일 화장을 하고 있었겠지.

지난주 글쓰기 모임에서 한분이 그런 주제로 글을 써 오셨었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명확히 아는 게 참 어렵다고. 우리는 때로 무척 원하고 있음에도 실패가 두려워서 원하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속이기도 하고. 실제로는 원하지 않음에도 세상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가 원한다고 착각하기도 한대. 나도 그런 것 같아. 나는 화장하는 걸 원하지 않았지만 남들 다 하니까 나도 원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지금 내가 정말로 원하고 있는 건 무엇일까? 해외로 이사 온 건 정말로 내가 원한 게 맞았을까? 나는 부자가 되고 싶은 걸까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은 걸까?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대답하기 어려워. 하나씩 해보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볼 뿐이야. 지금 내가 행복한지 아닌지.


2022.10.4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유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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