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치면 산책을 나가자
비 오는 날도 좋아하는 너에게
지난주 내내 취리히엔 비가 내렸어. 가을부터 겨울까지 비가 자주 온다더니 정말 그렇더라. 그러다 지난 주말 오후에 거짓말처럼 하늘이 개고 햇빛이 거실로 쏟아져 들어오는 거야. 이때다 싶어서 집 근처 강가로 산책을 나갔지.
집에서 십 분 정도 떨어진 곳에 강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산책을 나가본 건 지난 주말이 처음이었어. 바람도 선선하고, 강물도 힘차게 흘러서 답답했던 마음에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어. 지난주엔 마음이 많이 오르락내리락했어. 월요일엔 일이 잘 안 돼서 힘들었고, 수요일엔 팀의 비전이 좋아서 즐거웠다가, 금요일에 티켓 사기당하고 열받았었지. 티켓 사기의 여파로 주말 아침엔 비 오는 날씨처럼 기분도 꿀꿀했어. 그러다 오후에 마주친 파란 하늘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 비가 갠 강가를 걷고 있는데 학교 상담센터에 다닐 때 상담 선생님이 하셨던 얘기가 떠올랐어. 기분이란 날씨와 같아서, 비가 오기도 해가 나기도 한다고. 비에 젖었던 바닥이 해가 나면 다시 마르듯, 축 쳐 저 있던 내 기분도 가을 햇볕에 뽀송뽀송하게 말랐어.
오늘은 다시 비가 내리고 있어. 예보를 보니까 내일이면 다시 날이 갤 것 같아. 비가 오는 걸 멈추게 할 방법은 없으니 기다릴 뿐이야.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날이 개면 다시 산책을 나갈 거야.
2022.10.3 맑은 날이 더 많았으면 좋겠는 유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