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와 쓱이 없는 나라
아직 나의 요리를 먹어보지 못한 너에게
토요일에는 근처 마트에 장을 보러 가. 마트가 8시면 문을 닫고 일요일엔 문을 안 열어서 토요일 아니면 장 보기 애매해. 오늘도 마트에 가서 다음 주에 먹을 거를 사 왔어. 지난번에 만둣국 끓이는 중이라고 했을 때 네가 놀랐던 게 떠올라. 그럴만했지. 서울에서 자취할 때 나는 라면도 끓이지 않았었으니까.
내가 요리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세 가지였어. 하나는 자취방에서 주방 냄새가 나는 게 싫었어. 원룸에 살았었으니까. 주방과 침실의 구분이 없었잖아. 주방에서 간단한 음식이라도 하고 나면, 쿰쿰한 냄새가 이불에서까지 나는 것 같았어. 게다가 배달음식이 너무 맛있었어. 종류도 많고, 새벽에도 시킬 수 있고. 음식을 하지 않아도 불편할 일이 전혀 없었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요리를 하기엔 너무 바빴어. 정신없이 살다 보면 사다 놓은 야채들이 냉장고에서 썩어버리기 일 수였어.
그런데 스위스에 오고나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어. 임시숙소에 살 때만 해도, 계속 배달음식을 시켜먹었어. 근데 너무 맛이 없는 거야. 제일 충격적이었던 건 라멘이었어. 쌀국수 국물에 구불구불한 면을 풀어놨는데 그게 라멘이래. 가격은 교자 다섯 개랑 스프라이트 한 캔 까지 해서 삼만 오천 원. 사 먹는 음식이 번번이 이러니 결국 맥도널드만 가게 됐어. 일주일에 맥도널드를 서너 번씩 갔던 것 같아. 그러다 한국인 친구 집에 놀러 가서 저녁을 먹었어. 그 친구가 된장국이랑 밥을 해줬는데, 밥 두 공기가 순식간에 사라지더라. 그때 생각했어. ‘음식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대단한 요리를 하고 있는 건 아니야. 한인마트에서 사 온 김치랑 김이랑 계란 프라이 같은 자취 식단을 주로 먹어. 그렇지만 이 정도도 나에겐 큰 변화야. 솔직히 좀 불편하긴 해. 장바구니가 무거워서 불편하고, 음식물 쓰레기 치우는 것도 귀찮아. 그나마 다행인 건, 여기 와서 그런 잡다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점이야. 불편하긴 한데, 불편을 감당할 여유가 있어서 나쁘지 않아. 이제 해외여행 다시 많이들 가던데, 여유 생기면 스위스에 꼭 놀러 와. 내가 맛있는 거 해줄게.
2022.10.1
그래도 마켓컬리와 쓱이 부러운 유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