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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미 Oct 12. 2022

네가 없는 취리히 밤거리를 걸을 때

잠에서 막 깼을 너에게

네가 없는 취리히 밤거리를 걸을 때

너는 잠에서 지금 막 깼거니 해


서동현의 노래 밴쿠버의 가사를 조금 바꾼 거야. 여기 취리히 시간은 서울보다 7시간 늦으니까 저렇게 바꾸면 딱 맞더라. 취리히에 온 다음부터 서동현의 밴쿠버를 자주 듣고 있어. 서울에 사는 남자가 밴쿠버에 사는 여자를 그리워하는 가사인데, 가사도 좋고 중간중간 들리는 피아노 소리도 좋아. 노래를 들으면서 서울에 있는 누군가가 여전히 나를 그리워해주는 상상을 하곤 해.

서울을, 서울에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다 보면 몇 개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 그중 몇은 흐릿해져 이젠 잘 떠오르지 않고, 다른 몇은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아.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몇 명에게만 여전히 안부를 물어볼 수 있어.

시절 인연이라고 하지. 모든 인연에는 때가 있다고. 맞는 말이긴 해. 그렇지만, 그래도 흘러가는 수많은 인연 중에 손에 꼽을 수 있는 몇 개 만은 좀 붙잡아 볼 수 없을까. 시간이 없어도 시간을 내서 같이 보내는 거지. 그러다 보면 그게 또 ‘시절’이 될 테니까.


지금 여긴 열두 시가 다 돼가니까 너는 이제 막 일어나 출근 준비를 시작했겠다. 네가 없는 취리히의 밤에 나는 오늘처럼 가끔 네 생각을 해. 내가 없는 서울의 출근길에서 너도 가끔 내가 막 잠들었겠거니 해주면 좋겠다.


2022.10.11. 곧 잠들 유미가.


BIG Naughty (서동현) - Vancouver

https://youtu.be/WxM0qO29RM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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