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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미 Oct 17. 2022

우리가 서로의 마감이 되었어

글쓰기 모임엔 관심 없던 너에게

격주 일요일 오후 한 시에 온라인 글쓰기 모임을 해왔어. 그리고 오늘이 여섯 번째 모임. 마지막으로 만나는 날이었어.

카카오 오픈 채팅방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데, 어제오늘 먹통이었잖아. 마지막 모임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지만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어. 오늘도 평소처럼 모니터 앞에 앉아 안부를 나누고, 각자 써온 글을 낭독했어. 주제는 오늘도 다양했어. 분노, 해외 살이, 결혼, 감정 표현… 낭독을 듣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몰라.

이 모임을 시작하게 됐던 건, ‘마감’이 필요해서였어. 겨우 브런치 작가가 되긴 했는데, 업로드하는 주기가 점점 길어지더라. 그러다 문득, 예전 글쓰기 선생님이 “영감은 마감에서 나온다”라고 하셨던 게 떠올랐어. 나랑 비슷한 브런치 작가들이 더 있을 것 같아서, 글쓰기 모임 “우리가 서로의 마감이 된다면” 공지를 올렸고 신청을 받게 되었어.

“글쓰기”라는 단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 너무나 다른 배경의 여덟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어. “내 글쓰기를 이어나가기 위해”라는 이기적인 목적으로 만든 모임이었는데, 만날수록 그냥 이 느슨하면서도 따듯한 모임이 너무 좋은 거야. 사는 곳, 직업, 나이를 다 떠나서, 서로를 사로잡은 가장 중요한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사이였거든.

돌아가며 낭독을 마치고, 정말 모임을 마무리할 시간이 되어서도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를 수가 없었어. 에세이 한편, 한편이 아주 긴 연속극의 에피소드들 같았어. 이 모임이 끝난 후에도 그분들의 인생은 계속 이어질 텐데, 그 연속극들이 어떻게 이어져 나갈지 너무 궁금해.

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모두 즐거웠던 석 달이었어. 우리는 서로의 마감이 되었고, 느슨하고 따듯한 공동체였어.


2022.10.16. 다음 글쓰기 모임을 벌써 계획 중인 유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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