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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미 Oct 17. 2022

너와 나의 카카오톡

지금 뭐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너에게

의료보험료가 13%나 인상이 돼서 내년부터 매달 70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 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시킨 택배가 어째서인지 우체국 무인 수령함에 보관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우체국에 다녀왔어. 그런데 송장번호를 입력해도 우체국에서 택배 조회가 안되는 거야.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어.

그리고 어제부터 카카오톡이 내내 먹통이야. 그래서 의료보험이 어쩌고 택배가 어쩌고 하는 얘기를 할 사람이 없었어. 평소 같았으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니 글쎄 의료보험료가!” 하면서 톡을 보냈을 거야. 그러다 뭐 환승 연애 얘기를 하고 점심 뭐 먹을지 얘기도 하고, 의료보험 같은 건 잊어버렸을 것 같은데 말이야. 오늘은 심지어 약속도 없었어. 죽은 듯이 조용한 스위스 집에, 혼자, 핸드폰도 내내 조용한 채로 있으니까. 내가 정말 혼자 외국에 나와 있구나 싶었어.

갑자기, 정말 간절하게 서울에 가고 싶었어.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너와 민주를 만나서, 일본식 명란 파스타를 먹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바닐라라떼를 마시고, 인생네컷도 찍으러 가고 싶었어. 너와 민주에게서, 우리가 자주 가던 명란 파스타 맛집에서 내가 지금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실감이 들어서 그랬나 봐.

자고 일어나면, 복구가 돼서 우리 다시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 하루가 얼마나 길었는지, 너는 오늘 뭘 하고 뭘 먹었는지, 별거 아닌 얘기를 별거처럼 신나게 떠들고 싶어.


2022.10.15 정말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 적막한 스위스 집에서, 유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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