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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미 Oct 18. 2022

연애계 은퇴와 복귀

내 연애사의 조선왕조실록인 너에게

네가 맨날 얘기하던 환승 연애를 지난 주말에 처음으로 봤어. 의외지? 나름 비장하게 ‘연애계 은퇴’를 선언한 이후에 내가 로맨스 티비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영화, 소설을 찾아본 적 없었었잖아.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 거냐고 묻는다면 그냥 시간이 좀 지난 것 같다고 대답할게.


그땐 정말로 은퇴를 하고 싶었어. 스무 살 때부터 10년 동안 내 연애세포들은 쉬는 날이 없었거든. 짝사랑 중이거나 썸 타는 중이거나 연애 중이거나 이별 중이었지. 어느 순간 할 만큼 다 해본 것 같아졌고, 더 이상 연애에 기대하는 바도 없어졌어. 그래서 깔끔하게 은퇴하고, 편안한 은퇴 후 삶을 보내겠노라 했던 거야. 덕분에 내 서른과 서른한 살은 전에 비해 평화롭긴 했어.


그러다 지난번 심리상담에서 처음 상담을 시작하게 됐던 계기에 대해 떠올리다 연애 얘기가 나왔던 거야. 최근엔 상담에서 울었던 적이 없었는데 지난 연애들을 되짚다 보니 눈물이 나더라. 할 만큼 해보긴 했지만 그 경험을 다 소화시키지는 못한 채로, ‘은퇴’라는 이름을 붙여서 애써 외면해온 게 아녔을까 생각이 들었어.


연애를 안 하는 상태가 비정상이란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냐. “모두 사랑으로 돌아가세요” 하는 80년대 슬로건 같은 말을 하고 싶은 것도 아냐. 그냥 나는 좀, 자연스러워지고 싶단 얘기야. 환승 연애가 보고 싶으면 볼래. 보다가 즐거우면 웃고, 눈물이 나면 좀 울기도 할 거야. 또 살다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좋아할 거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으면 좋아하지 않을 거야. 연애계 은퇴니 복귀니. 그냥 오버하지 않으려고.


2022.10.17. 오버쟁이 유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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