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몸치도 춤추게 해
유럽이 일하기 좋은 이유를 물었던 너에게
오늘 회사에서 칭찬을 받았어. 별건 아니고, 지연시간을 줄이려고 불필요한 코드를 정리했거든.
내가 어지른 걸 내가 치운 것뿐이라서 이런 걸로 칭찬받을 줄 몰랐어. 팀 회의 중에 갑자기 상사가 먼저 언급하면서 잘했다고 하는데, 기쁘면서도 부끄러웠어.
우리 팀 사람들은 칭찬을 하는 것도 받는 것도 익숙해 보여. 실험 준비가 다 됐다고 하면, “이렇게나 빨리!” “대단해!” 하고, 버그를 찾았다고 하면 “잘 찾아냈어!” 해. 난 아직 이런 반응들이 어색해. 내 머릿속에선 자동으로 “더 빨랐어야 했는데 부끄럽습니다…” “제가 만든 버그 제가 찾은 건데 잘하긴요…” 같은 목소리가 울리거든.
오히려 지적받는 게 익숙한 것 같기도 해. 스위스에 온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출근하자마자 상사가 등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거야. 순간 나는 ‘내가 뭘 실수했나? 너무 늦게 출근했나?’ 생각하며 움츠러들었는데, 최근에 짠 코드가 좋았다는 얘기를 하더라고. 몸은 이미 딱딱하게 굳은 상태였어. 로봇 같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을 거야.
흔히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맞는 말인 것 같아. 칭찬은 나도 춤추게 해. 그런데 문제는 내가 몸치라는 거야. 칭찬을 받으면, 갓 태어난 송아지처럼 휘청거리는 것 같아. 다른 사람들은 “도움이 됐다니 기뻐.” 하면서 세련되게 리액션하는데 말이야. 지금 같은 환경에 좀 더 오래 있으면 나도 자연스럽게 칭찬하고 받을 수 있게 되겠지? 받는 것만 아니라 하는 것도 더 자주, 익숙하게 할 수 있어지면 좋겠다.
2022.10.19. 화려한 조명이 감싼 유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