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미미 Oct 22. 2022

이상하고 특별한 사람

가끔 이상하고 자주 특별한 너에게

요즘 환승 연애 재밌더라. 오늘 올라온 회차는 아직 못 봤는데 유튜브에 올라온 짧은 클립을 먼저 봤어. 늘 냉정해 보이던 한 출연자가 영상에서 울고 있었어. 사실 나는 그동안 그 출연자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데, 듣고 보니 그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더라. 늘 이런 것 같아. 누군가가 이해되지 않으면, 그건 그 사람이 이상해서가 아니고 내가 아직 그를 잘 몰라서 그런 거야.


나랑 크게 싸웠었던 친구 W를 기억하니. 고등학교 졸업 한 이후로 친구와 목소리 높여 싸워본 적이 없었는데 몇 년 전에 W와 욕까지 하면서 싸웠었어. 그때 난 걔를 이해할 수 없었어. 누구를 만나도 자기가 먹고 싶은걸 먹어야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하고, 맘대로 안되면 쉽게 토라져버리고 말이야. 다투고 몇 달 연락하지 않다가 다른 친구들 있는 자리에서 만나게 됐고 다시 어울려 다니게 됐었어.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W는 기질적으로 섬세한 사람이었어. 섬세하니까 취향도 확실했어. 그는 서울의 어디를 가든 주변의 가장 아름다운 장소를 알고 있는데, 일행들이 취향에 맞지 않는 곳에 가겠다고 하면 싫을 만도 했을 거야. 내가 ‘쉽게 토라진다’고 여겼던 그의 행동들도, 그의 입장에선 쉽게 토라진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그는 참아주고 있었더라.

나는 이제 W가 참 좋아. 볼펜 하나를 사러가도 고르는데 한이 걸리는 점이랑 식빵에 잼을 바를 때면 가장자리까지 균일하게 펴 바르려고 미간에 한껏 힘을 주는 점이 특히 좋아. 그를 잘 모르던 예전의 나였다면, 아마 답답하다고 여겼을 행동이야. 하지만 지금은 바로 그런 섬세함이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걸 알아.


환승 연애에 나오는 규민은 신중한 사람인 것 같아. 실수하지 않으려고 했던 그의 행동들이 그를 잘 모르는 나에겐 냉정하게 보였어. 나도 아마 어떤 이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일 거야. 이해받지 못하는 건 속상한 일이지만, 내가 정말 이상해서가 아니고, 그들이 나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위안이 돼. 바뀌어야 하는 건 내가 아니고 소통일 뿐인 거니까.


2022.10.21. 이해받고 싶은 유미가.

 

매거진의 이전글 발등에 버그가 떨어져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