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인 너에게
어제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어. 코로나 백신처럼 열 이나진 않지만, 몸이 무거웠어. 그 핑계로 이번 주 주말 청소는 간단하게만 했어. 로봇청소기 돌리고, 화장실 청소만 직접 했어.
서울 살 때엔 청소 이모님이 매주 오셨었어. 그런데 청소 서비스를 구독하면서 집안일 부담은 없어졌지만 다른 부담감을 느끼게 됐었어. 청소비는 시간당 만원 조금 넘었어. 저렴해서 구독할 수 있었던 거긴 한데, 너무 저렴해서 청소 이모님을 마주할 때마다 난처한 기분이 들었어.
며칠 전에 평택 빵공장에서 일하던 생산직 노동자가 업무 중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를 봤어. 이런 기사가 낯설지 않아. 스크린 도어 수리 중 사고를 당했던 구의역 김 군도 생각나고, 밤샘근무 후 사망한 물류센터 노동자도 생각이 나. 청소 얘기하다 갑자기 무슨 소리냐고? 지각하면 해야 했던 교실 청소처럼 아직도 육체노동이 ‘벌’ 취급을 받는 것 같아서 그래. 단돈 만원으로 한 시간 청소를 맡길 수 있는 것도, 몇 년째 위험한 노동환경이 달라지지 않는 것도, 육체노동의 가치가 저평가돼서 그런 거 아닐까.
여기 취리히에서 청소하는 사람을 부르려면 시간당 6만 원은 줘야 해. 여기 물가가 더 비싸긴 하지만 6배 비싼 건 아닌데, 차이가 좀 많이 나지. 그래도 괜찮아. 주말에 출근하는 일이 없어서 내손으로 청소하면 되거든. 나도 죽어라 일하느라, 청소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고, 그래서 내가 고용한 청소 이모님도 죽어라 일해야 하는 거. 그거보단 나은 것 같아.
2022.10.22. 역시 노동자인 유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