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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미 Oct 24. 2022

숨 쉬는 게 힘들어서 번아웃이 온 것 같아

잠들어 있을 너에게

다들 무슨 힘으로 그렇게들 잘 사는지 모르겠어. 외국어 공부도 하고, 투자도 하고, 뮤지컬이나 전시회를 보러 가고, 여행도 다니고…

나는 요즘 에너지가 부족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일에도 의욕이 없어. 항상 하던 아이돌 덕질도 요즘은 흥미가 덜해서 잘 찾아보지 않고, 책 보는 것도 귀찮아. 일기도 잘 쓰지 않고, 옷도 아무거나 입어. 설거지는 쌓이고, 청소도 자꾸 미루게 돼.


번아웃이 온건가 싶어. 뭘 열심히 했던 건 아니고, 그냥 낯선 나라로 옮겨오는 과정이 힘들었어. 지난 삼월, 스위스로의 이직이 확정됐을 때부터 시월인 지금까지 계속 신경 써야 하는 게 많았어. 비자, 이삿짐, 집 계약, 세금, 보험 같은 굵직한 것들부터, 오지 않는 택배, 망가진 전등 같은 사소한 것들 까지. 그런 와중에 일도 계속 바빴고, 가족, 친구들과는 시간이 안 맞아서 연락하기도 어려웠어. 그나마 아이돌 덕질이 힘이 됐었는데, 최근에 티켓 사기당하고 나서는 덕질도 피곤해졌어.


덕질까지 재미없어 지니까 나는 충전단자가 망가진 핸드폰이 된 것 같아. 충전이 안되니까 쉽게 소진돼 버려. 아침이면 겨우 눈만 뜬 채로 출근하고 밤이 되면 배터리가 나간 처럼 잠들고 말아.


마음이 흙탕물일 땐 뭘 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가만히 기다리는 노력을 해야 한대. 극복하려고 애쓰기보단 흙먼지가 가라앉을 때까지 조용히 내 마음에 귀 기울이고 있을 생각이야. 익숙한 일상을 지내며 에너지를 아끼고, 마음이 가는 곳이 생기면 따라갈 거야.


2022.10.23. 배터리가 모자란 유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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