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님을 처음 뵈었던 건 인턴쉽 중일 때였어. 휴게실이나 식당에서 가끔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조용하고 친절한 분이란 인상을 받았어. B님을 만난 건 정직원 전환 후였어. 6개월 정도 같은 팀에서 일했던 B님은 내게 ‘대체로 점잖고 가끔 썰렁한 농담을 하시는 분’이었어.
그리고 오늘, 만리타향에서 처음 맞는 생일을 A님, B님과 함께 보냈어. 외국에서 혼자 생일을 보내고 싶지 않았는데 감사하게도 시간을 내주셨어. 덕분에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생일 축하 노래도 부를 수 있었어.
취리히에 온 뒤 한국인 직장동료분들과 가깝게 지내고 있어. 그분들과 한국에서 특별히 친했던 건 아니야. 그냥 어쩌다 보니 각자 취리히로 오게 되었고, 낯선 곳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의지가 되었어.
오늘 아침 문득 깨달았어. 올해 너와 나는 누구의 생일에도 함께 있지 못했다는 걸. 그리고 앞으로 오랫동안 그러리란 것도. 어떤 우연은 영원히 함께할 것 같던 이들을 흩어지게 만들고, 또 동시에 생각지 못했던 이들을 함께하게 만들어. 우리가 멀어진 건 조금도 괜찮지 않아. 하지만 슬픔의 그림자가 감사함까지 가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2022.10.30. 다음 너의 생일에 맞춰 한국에 가고 싶은 유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