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포토에서 작년 이맘때 찍은 사진을 보여줬어. 작년 핼러윈에 너랑 민주가 우리 집에 놀러 온 사진이었어.
같은 날의 영상도 봤어. 영상 속 내 자취방은 급하게 사온 호박 조명, 핼러윈 가랜드, 눈알 모양 풍선으로 조악하게 꾸며져 있었고, 너는 그 방을 핸드폰으로 찍고 있었어. 그러다 숨어있던 민주가 갑자기 너를 놀라게 했고, 나는 공룡 탈을 쓰고 달려들었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순간은 생각보다 대단하지 않더라. 좋아하는 사람과 보낸 소소한 순간들이 추억이 돼. 우리의 방구석 핼러윈 파티처럼.
올해는 회사에서 여는 핼러윈 파티에 가기로 했어. 외국에 왔으니 핼러윈 파티도 한번 가보긴 해야지. 어색할까 걱정되긴 하지만, 나는 아마 그럭저럭 잘 놀고 올 거야. 너를 처음 만난 신입생 환영회에서 그랬었던 것 처럼 내일도 좋은 사람을 새로 알게 되면 좋겠어. 추억을 같이 쌓아갈 수 있게.
2022.10.27. 다이소 호박 머리띠를 쓰고, 옹기종기 모여 심야 괴담회를 보고 싶은 유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