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일, 글
Sharpen your focus를 강조하는 너에게
잠, 일, 글. 다시 잠, 일, 글. 지난주에 발견한 버그 때문에, 이번 주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 잠자고, 일하고, 글 쓰고. 이 세 가지가 내 일상의 거의 다 였어.
애써 잠과 일 사이에 글을 끼워 넣기 위해,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책상 앞에 앉아있곤 했어. 바쁜 게 좀 지나고 나니, 그렇게까지 글을 쓴 이유가 뭐였는지, 생각해 보게 돼.
그건 ‘생존’ 때문이었어. 잠은 두말할 필요 없이 생존에 필수적이야. 일도 생존에 꼭 필요하지. 일을 안 하면 경제적, 사회적으로 죽게 될 테니까. 그리고 글도 생존에 꼭 필요해. 책 보는 시간도, 유튜브 보는 시간도 다 포기했는데, 글까지 못 썼다면 나는 마음이 죽어 버렸을 거야.
바빠지면 일이 다른 일정들을 잡아먹어. 퇴근 후에 뒹굴거리는 시간이 보통 제일 먼저 잡아 먹히고, 그다음이 책 읽는 시간, 친구와의 약속, 보려고 했던 영화나 드라마… 내게 즐거움을 주는 시간들이 만만한 희생양이 돼. 그런데 말이야. 즐거움을 쉽게 포기해도 괜찮은 걸까? 왜, 시험이나 취업을 준비할 때 “모든 걸 포기하고 올인하라”고들 하잖아. 정말 즐거운 모든 걸 포기하면 목표를 이루게 될까? 그렇지 않아. 놀지 않으면, 내가 뭘 좋아하는 누군지가 희미해져. 나는 점점 죽고 목표만 남는 거야. 그럼 목표를 향해 나아갈 힘도 없어져 버려.
그래서 바빠도 계속 글을 쓰고 싶었어. 푯대를 놓치지 않으려면, 푯대만 보고 있으면 안 돼. 가끔 두리번거리면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살펴봐야 해.
2022.10.26. 노는 게 제일 좋은 유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