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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미 Nov 01. 2022

첫 아침

새로운 한 달을 시작하는 너에게

시월이 끝나고 십일월이 시작됐어. 시월이 끝나면 여기 취리히는 서머타임도 끝이나. 시간이 한 시간 뒤로 간 덕에, 똑같이 자고 일어났는데 한 시간 일찍 일어난 게 되었어. 덕분에 오늘은 처음 백일 편지를 시작했을 때처럼, 아침에 이 글을 쓰고 있어.


아침은 특별해. 똑같이 흐르는 시간일 뿐인데 아침에 글을 쓰고 있으니 저녁때 쓰던 것과 느낌이 달라. 월초도 마찬가지야. 새로운 한 달을 시작하며 계획을 세우고 나면 이달이 내 것 같아져.


나는 새로운 한 달을 시작할 때 목표를 세워. 그리고 칭찬 스티커 판을 만들어서 꾸준히 해야 할 일들을 체크해. 이걸 일 년 가까이 해온 것 같은데, 이달에 처음으로 스티커를 한 장도 모으지 못했어. 월말이면 작물을 수확하는 농부처럼 뿌듯한 맘으로 스티커판을 떼어냈는데, 이달엔 볼 때마다 자괴감이 느껴져서 시월이 끝나기도 전에 스티커판을 서랍 안에 넣어뒀었어.


그래도 십일월이 왔어. 칭찬 스티커를 모으진 못했지만 지난달의 내가 얼마나 정신없이 진흙탕을 뛰어다녔는지, 나는 잘 알고 있어. 오늘 저녁엔 지난달 계획을 돌아보고 새로운 한 달 계획을 세워볼 거야. 흙이 묻은 발을 따듯한 물로 씻어 주고, 새로운 한 달을 다시 뽀송하게 시작해 보자.


2022.11.1. 지난달 고생 많았던 유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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