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커리어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번 주에 매니저가 한 말이야. 매니저와는 매주 수요일마다 둘이서 미팅을 하는데 올해가 거의 끝나가니까 내년 계획도 세울 겸 물어본 것 같았어.
초등학생 때 장래희망을 적어내던 게 떠올라. 초등학교 일 학년 땐 천문학자라고 써냈었어. 우주 학습만화에 빠져 있었거든. 고등학교 땐 기자가 되고 싶었어. 글 쓰는 직업 중에 제일 현실적인 것 같아서. 신방과를 나와야만 기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들어서 대학 가기 더 쉬웠던 이과를 갔어. 그리고 성적에 맞춰 컴퓨터 공학과에 갔지. 엔지니어가 되고 싶단 생각은 한적 없었어. 하다 보니 못하지 않아서 그만두기 아까웠을 뿐이야.
그리고 엔지니어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사 년 만에 다시 장래희망 조사지를 받아 들었어. 아무래도 승진은 더 해야겠지? 승진하면 매니저가 되는 게 좋을까, 계속 엔지니어를 하는 게 좋을까? 나는 IT업계에서 더 성공하고 싶은 걸까, 글을 더 쓰고 싶은 걸까, 공부를 더 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그냥 즐거운 오타쿠이고 싶은 걸까?
막연히 앞으로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기능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고 싶긴 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 의견이 좀 더 반영됐으면 좋겠어. 그래서 일단은 승진해서 테크 리드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어. 5년 뒤, 10년 뒤에 어떤 모습이고 싶은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 알 것 같아.
2022.11.3. 내가 뭘 원하는지를 아는 게 제일 어려운 유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