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친구가 왔어. 공항으로 마중을 가고, 대중교통 티켓 사는 방법을 설명해주었어. 오늘은 내가 정말 스위스 사는 사람 같았어. 여전히 많이 낯설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몇 달 동안 나도 많이 익숙해진 것 같아.
스위스에서 대중교통 타는 것이 익숙해졌어. 모두 똑같이 들리던 버스 정류장 이름들이 이제 다르게 들려. 마트에 가는 데에도 익숙해졌어. 독일어로 된 가격표는 읽지 못하지만 대충 때려 맞히면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 오곤 해. 택배 받는 것도 어렵지 않아. 우편함에서 택배 수령증을 가지고 우체국에 가서 찾아오는 것도 이제 별거 아니야.
물론 오늘도 유럽식 창문 셔터를 고정하지 못해서 씨름했고, 독일어로 말하는 콜센터 직원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끊었지만, 나는 하루하루 이곳에 적응해 나가고 있어. 여기서 적어도 삼 년은 지내볼 생각이야. 삼 년 후의 나는 스위스에 얼마나 익숙해져 있을까? 한국에서의 생활이 조금 낯설어져 있을까? 달라져 가는 나를 계속 기록해 나가야겠어. 달라지고 있다는 건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니까.
2022.11.10. 어제와 조금 다르고, 내일도 조금 달라질 오늘의 유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