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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미 Nov 12. 2022

자기가 누구인지를 아는 일

매니저가 커리어 목표에 대해 물어본 이후에 생각이 좀 많아졌어. 승진을 하면 돈도 더 벌 수 있고, 남들한테 자랑도 할 수 있으니 좋을 것 같긴 한데 말이야. 그게 동기의 전부여도 괜찮을까.


그러다 오늘 시를 하나 읽었어. 김선우의 “나들이의 시 om 11시”라는 시였어.


언젠가 죽어본 적 있는 그 시간이다
달이 찼다
영원히 살 것처럼 탐욕하는 부자들이 불쌍하다

이 별에서 꼭 해야 할 일은
자기가 누구인지를 아는 일 뿐
(후략)


나는 누구인지, 그래서 승진이 내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1년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가치가 있을지 고민해 봤어.

 

나는 장인처럼 일하고 싶어. 내게 주어진 일이 집 전체가 아닌 작은 기왓장 하나를 만드는 일이라 하더라도, 그 기왓장 아래에서 살게 될 사람을 떠올리며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구워내고 싶어. 너무 높은 자리에 올라가려고 애쓰는 건 의미 없을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아직은 장인이 아닌 것 같으니 하나나 두 직급은 더 올라가도 좋겠다. 그럼 장인처럼 내 작품에 대한 결정권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


착하고 슬픈 사람들을 위해 시를 쓰겠다고
달에게 약속했다


시의 마지막 연이야.

나도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해야겠어. 나한테는 그게 내가 누구인지 아는 일인 것 같아.


2022.11.11. 기왓장 대신 코드를 굽는 유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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