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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미 Nov 18. 2022

깎아 만든 사람

즐겁고 행복할 땐 글이 별로 쓰고 싶지 않아. 내가 글을 쓰지 않고 견딜 수 없는 때는 괴로울 때야. 즐거울 때와 달리 괴로울 땐 이 괴로움이 어디에서 오는지 생각하게 돼. 생각이 길어지다 보면 정리가 필요해지고, 내게 정리는 주로 글의 형태를 가져. 괴로움은 생각이 되고, 그러다 글이 되고, 마침내 나의 일부가 돼.


나를 유일하게 만드는 특징들은 나의 상처와 괴로움에서 기원했어. 대리석에 정을 대고 망치로 두드리며 조각해 나가 듯, 특별한 형태 없이 태어났던 나는 수많은 상처를 통해 점점 지금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어.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건, 나를 닳게 해 온 상처들과 그 상처들이 만들어낸 나의 모습을 인정하는 일일 거야. 나는 구김살이 많아서 생각도 많은 사람이야. 누군가의 눈엔 이런 내가 구질구질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겠어, 이게 나인걸.


2022.11.17. 조각처럼 예쁘게 생기진 못했지만, 조각처럼 만들어진 유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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