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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미 Nov 19. 2022

떠나기엔 두럽고 머물기엔 괴로운

직장동료가 취미로 뮤지컬을 한다기에 보러 다녀왔어. 작품은 소설로도 유명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였어.


간단히 말하자면 불륜 얘기였어. 미국 시골에 사는 프란체스카라는 이름의 가정 주부는 남편과 아이들이 박람회에 간 사흘 동안, 매디슨 카운티에 있는 로즈먼 다리를 찍으러 온 사진작가 로버트와 사랑에 빠지게 돼.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지만 점점 프란체스카의 입장에서 극을 보게 되었어. 프란체스카는 좋아하던 미술에서도 멀어진 채로 가족들을 위해 매일 요리와 빨래를 했지만, 그녀의 노고는 가족들의 눈에 잘 띄지 않았어. 모두가 주인공인데 나만 엑스트라인 것 같은 기분을 느꼈을 거야. 그러다 나를 알아보고 궁금해하는 사람을 만났을 땐 다시 무대 중앙에 서는 것 같았겠지.


인간이란 참 나약해. 새로운 사랑이 하고 싶으면, 솔직히 말하고 떠나든가, 가정을 지키고 싶으면 새로운 사랑은 참든가 하면 될 텐데. 많은 사람들이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주저하기만 해.  불륜을 합리화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나 역시 나약한 사람이어서, 프란체스카를 이해할 수 있었어. 떠나기엔 두렵고 머물기엔 괴로운 그 어리석은 마음을 말이야.


2022.11.18. 나약하고 어리석은 유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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