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동료가 취미로 뮤지컬을 한다기에 보러 다녀왔어. 작품은 소설로도 유명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였어.
간단히 말하자면 불륜 얘기였어. 미국 시골에 사는 프란체스카라는 이름의 가정 주부는 남편과 아이들이 박람회에 간 사흘 동안, 매디슨 카운티에 있는 로즈먼 다리를 찍으러 온 사진작가 로버트와 사랑에 빠지게 돼.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지만 점점 프란체스카의 입장에서 극을 보게 되었어. 프란체스카는 좋아하던 미술에서도 멀어진 채로 가족들을 위해 매일 요리와 빨래를 했지만, 그녀의 노고는 가족들의 눈에 잘 띄지 않았어. 모두가 주인공인데 나만 엑스트라인 것 같은 기분을 느꼈을 거야. 그러다 나를 알아보고 궁금해하는 사람을 만났을 땐 다시 무대 중앙에 서는 것 같았겠지.
인간이란 참 나약해. 새로운 사랑이 하고 싶으면, 솔직히 말하고 떠나든가, 가정을 지키고 싶으면 새로운 사랑은 참든가 하면 될 텐데. 많은 사람들이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주저하기만 해. 불륜을 합리화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나 역시 나약한 사람이어서, 프란체스카를 이해할 수 있었어. 떠나기엔 두렵고 머물기엔 괴로운 그 어리석은 마음을 말이야.
2022.11.18. 나약하고 어리석은 유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