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영상통화를 하기로 한 날이었잖아. 나는 미리 통화를 켜 두고 기다렸지만 너도 민주도 들어오지 않았어. 약속한 시간에서 삼십 분이 지난 후, 너에게서 밥 먹느라 시간을 확인하지 못했단 답장을 받았고, 한 시간 반 후에 민주에게서도 잠들었었단 답장을 받았지.
나보다 먼저 이곳에 온 한인 친구는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었대. 그럴 만도 해. 실제로 만날 수 없는 것도 크고, 시차 때문에 연락을 이어가기도 어렵잖아.
나도 모든 관계를 다 그대로 이어가고 싶은 욕심은 없어. 하지만 많은 걸 공유했던 너와 민주랑 만은 계속 가깝게 지내고 싶었어. 그래서 처음엔 교환일기를 제안했던 거고, 자꾸 나만 쓰게 되니까, 차라리 격주로 영상통화를 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던 거야.
그런데 세줄 쓰는 일기도 나만 계속 쓰고, 영상통화도 나만 들어온다면, 뭘 더 할 수 있겠어. 인연은 나만 노력해서 이어지는 게 아닌데, 너희가 부담된다면 나도 맘을 비워야지. 그래서 나는 사과보다 너희가 뭘 원하는지가 궁금했어. 내가 포기해야 할지, 좀 더 노력해 볼지 결정할 수 있게.
이번엔 너도 민주도 실수였던 것뿐이라고 해서 우리는 헷갈리는 격주 말고 매주 토요일에 통화하는 걸로 약속을 바꿨어. 물론 언제든 사정은 생길 수 있어. 시간을 옮겨도 되고, 바쁘면 한주 건너뛰어도 돼. 하지만 이젠 전과는 달라졌다는 걸 인정해야 할 것 같아. 노력하지 않아도 친구로 지낼 수 있는 건, 딱 학교 다닐 때까지 였어. 매일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우린 지구 반 바퀴나 떨어져 있으니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해. 멀어지거나 아니면 노력하거나.
2022.11.20. 아직 더 노력해 보고 싶은 유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