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동료들 중에, 자기를 외노자라고 소개하며 웃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은 이곳 스위스에서 외국인이고 노동자니까 틀린 말은 아니야. 그래서 굳이 별 말 안 하지만, 테이블 아래로 슬며시 다리를 꼬아 앉곤 해.
단어의 뉘앙스를 살피려면 이미지 검색 만한 게 없어. 구글 이미지 검색에 외노자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엔 공장과 노가다가 떠. 그리고 그 아래론 방글라데시 출신이라는 자막이 쓰인 다큐멘터리 ‘3일’의 스틸 컷, 안전모를 쓰고 작업복을 입은 픽토그램, 지저분한 집 바닥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사람의 사진, 등등이 나와. 한마디로 말하면, 외국에서 온 가난한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사진이 뜬다고.
내가 나를 ‘외노자’라고 소개한 적 없는 이유는 내가 방금 지저분한 바닥이 아닌 새로산 식탁에서 저녁을 먹었기 때문이야. 외국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은 외노자의 뜻에 부합하지만, 그 단어가 내포하는 뉘앙스에는 부합하지 않아.그리고 그 뉘앙스를 소재로 농담하고 싶지 않았어.
요즘 관공서에선 “이주노동자”라는 말을 더 많이 쓴대. 개발도상국에서 온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외노자’나 ‘외국인 노동자’로 불리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야. 누구는 외노자로 불리고 싶어 하지 않고, 또 다른 누군가는 스스로를 외노자라고 자칭하며 웃어. 아마 "자신의 외노자 답지 않음"이 그 농담의 웃음 포인트인 거겠지. 너무 재미없어. 쉽게 농담할 수 있는 권력의 습습한 냄새만 풍길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