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가 고향인 남자를 만난 적 있었어. 그는 말끝마다 “맞아.”라고 말했어. 맞지도 틀리지도 않은데, 뭐가 그렇게 자꾸 맞다는 건지. 나는 그의 습관이 못마땅했어.
그를 좀 더 만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어. 그의 “맞아”는 사투리 “맞나”의 서울 발음일 뿐이었어. 나는 여전히 그의 “맞아”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함께 있다 보니 점점 그 말버릇을 따라 하게 됐었어.
한참 동안 그를 잊고 살았어. 그러다 오늘 문득, 내가 여전히 추임새처럼 “Correct”라고 말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 그의 “맞아”하는 말버릇은 지구 반 바퀴 떨어진 이곳까지 나를 따라왔어.
꽃이 지면 열매가 맺힌다고들 하지. 하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야. 아무것도 맺지 못하고 져버리는 꽃들도 있어. 그와 내가 그랬어. 그와 나는 아무것도 되지 못했어.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 자리에도 분명 꽃이 피어 있었어. 그와 나는 아무런 의미도 되지 못했지만, 한때 서로의 곁에 있었단 사실만은 우주가 끝나는 날까지 달라질 수 없어. 자꾸 “Correct”라고 말하는 내 습관처럼, 희미한 파동이 되어 어딘가 존재하고 있을 거야.
2022.12.1 꽃을 기억하는 유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