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엔 화상 심리상담이 있어. 육 개월째 매주 해온 상담인데 이번 주에 처음으로 상담을 까먹어서 들어가지 못했어.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해왔는데, 갑자기 상담을 까먹은 이유가 뭐였을까. 상담 전날인 수요일에 반차를 쓰고 나서 요일 감각이 좀 이상해진 것도 있고, 새벽까지 친구와 메신저로 수다를 떠느라 아침에 늦게 일어난 것도 있어. 그런데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닌 것 같아. 실은 나 지난주 상담이 엄청 부담스러웠었거든.
지난주 상담에서 아직 말할 준비가 안된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내 버렸었어. 이미 시작해 버린 이야기의 마무리를 위해 말을 이어 가면서도 목에 생선가시가 걸린 것 같았어.
나는 부담을 느낄 때, 그 부담스러운 일정을 통째로 잊어버리는 실수를 여러 번 해왔어. 예를 들어, 신입사원 때 팀 주간회의를 까먹고 불참한 적이 많았어. 나는 그 회의에 참석하는 제일 높은 상사를 마주하는 게 싫었어. ‘너무 싫다!’ 생각이 들기 시작한 이후로 나는 회의시간을 계속 까먹었어. 회의 전날 밤에도 핸드폰 알림이 오고, 삼십 분 전에도 알림이 오게 맞춰 두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어.
내 머릿속엔 지우개가 있나 봐. 부담되는 무언가를 내가 억지로 하려고 할 때, 그 지우개는 기억 속에서 일정을 아예 지워버려. 이런 실수를 줄이려면, 그때그때 힘든 내 맘을 내가 알아채고 달래 줄 수 있어야 하겠지? 쉽지 않은 일이야.
2022.12.2. 부담이 부담스러운 유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