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922
우리는 다시 1시간 동안을 열심히 달려 셀라란즈포스(Seljalandsfoss)에 도착한다. 흐린 빗길을 달려왔지만 배불리 먹은 langoustine(바닷가재)때문인지 기분은 좋다.
Seljalandsfoss
그나저나 우리는 이 것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나. 셀라란즈포스, 셀라야란드스포스... 우리끼리 이 지명을 가리킬 때도 항상 어물쩍대며 넘어가기 일쑤다. 정확한 발음을 알아보니 '셀리야란스포스'에 가깝다.
발음 들어보기: http://www.pronouncekiwi.com/Seljalandsfoss
하지만 이 곳에 대해 우리말로 되어있는 정보를 찾다 보니, 정보를 남긴 사람들 모두 이 지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한 번쯤 고민한 것 같다. 비슷한 발음의 경우의 수를 만들어 검색 창에 입력시켜보았다.
셀라란즈포스 54,800 건
셀라란드스포스 5,930 건
셀리야란드스포스 5020 건
셀라란드포스 4,350 건
셀야란즈 2860 건
셀랴란드 1900 건
셀야란드 1730 건
셀랴란드스포스 1690 건
셀랴란즈 1390 건
(내가 뭐라고) 이 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국립국어원의 지명 표기에 대한 원칙을 찾아봤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아이슬란드어의 정리된 표기법은 없다. 아쉬운 대로 현재 대다수에게 통용되고 있는 대로 관행(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법 4장 3행)을 따라야 한다. 이런 원칙으로 접근한다면 구글의 검색 건 수 중 가장 많았던 '셀라란즈포스'가 맞을 것이다.
읽기는 어려워도 길 찾기는 굉장히 쉬웠다. 링로드 1번 길을 따라 동쪽으로 쭉 가다 보면 운전석 쪽 차창으로 웅장한 셀라란즈포스를 볼 수 있다. 차를 주차하고 우리는 바로 폭포 속으로 걸어간다. 일반적인 폭포들과는 다르게 셀라란즈포스는 폭포 안에서 밖을 볼 수 있는 구조이다. 우리는 비닐 넝마로 간단한 방수 대책을 세우고 들어갔다. 역시 절경이다. 폭포 속에서 바라보는 이색적인 경관도 멋지지만 갇혀있는 공간에서 듣는 우렁찬 폭포 소리도 인상적이다. 물론 어마무시한 물안개 샤워는 피할 수 없다.
초원은 드넓고 한적하다.
물은 깨끗하고 풍부하다.
위험한 야생 동물이 없다.
범죄율이 굉장히 낮다.
그렇다. 아이슬란드는 전 세계에서 '캠핑'에 가장 최적화되어있는 나라다. 그래서인지 캠핑으로 아이슬란드 일주하는 여행자들도 많이 보았다. 물론 그들 중 신혼 여행은 없을 것이다.
나는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라 겨울에도 가끔 창문을 살짝 열고 잘 때가 있다. 이불 안은 따뜻하고 공기는 차가울 때의 그 느낌, 마치 추운 세상 속 나 혼자만 따뜻하면 된다는 '아몰랑' 이기심인 건지, 덥혀진 실내 공기가 콧 속으로 들이킬 때 상쾌함이 떨어져서 그런 건지, 하여간 이 습관은 어릴 적부터 내가 의도하여 만들 수 있는 행복감 중에 하나였다. 아이슬란드에서 그런 행복을 느껴보면 어떨까 싶어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다행히 아내도 하룻 밤 야외 취침에 대해서는 너그러웠다.
셀라란즈 폭포 바로 앞에 자리한 캠핑 사이트에 설치된 텐트를 에어비앤비를 통해 대여했다. 세면실과 화장실, 간단한 취사 활동은 바로 앞 서비스 하우스에서 해결할 수 있다. 물론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 속에 캠핑을 한다는 자체가 '불편함'이지만 이 것 또한 좀처럼 느껴보기 힘든 경험 아닐까 생각한다. 그것도 셀라란즈 폭포 소리가 가득한 아이슬란드 대자연 속에서, 일생에 한 번뿐인 신혼여행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