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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재 Mar 30. 2018

*1. D+1

20170917

"두 사람의 사랑은 결국 이루어졌습니다.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가 끝이 아닌 것을 아침에 일어나서 실감했다. 신랑 신부의 행진 이후 그다음 장면이 바로 신혼여행지라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슬란드 여행지의 글과 사진을 기대하는 독자 입장에서도 그렇지 않을까? 어느 친한 지인 분께서 '너, 이제부터가 시작이야'라는 축복의 메시지와 함께 선물해 주셔서 읽기 시작한 알랭 드 보통의 책에서 말하는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 나에게도 시작되었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은행나무


   정말로 정신이 없었다. 어제 결혼식의 기억은 말 그대로 '순삭'이다. 그래서 그렇게들 전문 촬영기사를 두고 본 식 사진을 남기나 보다. '당연히 너희도 정신없을 것'이라는 주변의 결혼한 모든 사람들의 일치된 훈수대로 그것이 이루어졌으니 분명 결혼식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이 틀림없다. 

촬영_김태연

   결혼식이 끝나고 나서도 분주함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의 한 치 앞도 모르는데 미지의 곳에서의 3주 앞을 내다보는 것은 정말 어렵다. (우리는 3주 간의 신혼 여행을 떠난다.) 상상력을 동원하여 만들어 본 많은 여행 시나리오의 결론은 캐리어 3개와 가방 3개 이다. 집 문을 열고 나서기 전까지 긴장의 연속이었다.


  아침 하늘이 쾌청하다.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에겐 아쉬운 날씨일 수도 있겠다. 다행히 우리는 오늘 밤에 비행기를 타기 때문에 오늘을 모두 누리고 떠날 수 있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해본다. 공항으로 가기 전까지는 충분한 여유가 있다. 우리는 우리가 어제 결혼했던 송도에 있는 호텔로 향했다.



  여운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었나 보다. 식장은 그 새 누군가의 결혼식이 또 있었나 보다. 텅 빈 공간 곳곳을 조용히 곱씹어 본다. 비로소 멈추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했던가.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했던 로비, 성혼 선언문을 읽었던 단상, 입장과 행진을 했던 버진 로드, 모든 장면이 생생히 떠오른다. '하객들은 테라스에서 사진들을 남겼겠지?' 대화를 나누며 테라스에서 마주하는 센트럴파크 전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긴다. 


"어제 하객들도 여기서 인생사진들 좀 건졌을꺼야!"


  늦은 저녁이 되어 인천 공항으로 향한다. 부모님과 인사를 나누고 공항 출국 심사대에 선다. 오늘 하루 너무 여유를 만끽했었는지, 생각보다 늦게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의 다른 이름인 '면세점'이 문을 닫고 있다. 바쁜 와중에 아내를 설득해 맥심 커피 믹스 한 상자를 구매하는 것은 성공한다. 뉴턴이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을 누가 이해하랴. 내일 지구가 사라진다는데 열심히 삽질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한 밤 중 비행기를 기다리는 고요한 시간은 꼼꼼하게 준비하지 못한 앞으로의 여행이 걱정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내 걱정이 옆으로 전해졌는지, 그동안 결혼 준비로 예민해진 아내를 다독거리는 데에 대기 시간을 모두 썼다. 그렇게 아이슬란드로 가는 비행기에 오른다. 


여행 계획 벼락치기 중.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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