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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재 Jan 23. 2021

슬기로운 원생생활

호락호락 뉴스레터 이야기, 여섯 번째

 ‘어린이집을 선택하고, 순서를 기다리고, 적응 기간을 갖는 시기까지가 어렵지, 어린이집 등원부터는 문제없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었죠.


 아침 식사를 해치우고 어린이집 준비물들을 챙기며 집을 나서는 분주한 시간. 아내와 서로 돌아가며 출근 준비를 하면서 아이를 챙깁니다. 그러다 오늘같이 어린이집을 안 가겠다 누워버리는 날이 있습니다. 아내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콩 심은 데 콩이 났다 생각하며 애잔하게 아이를 쳐다봅니다. 왜냐하면 저도 어린 시절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고집 피우던 때가 있었거든요. 당시는 어린이집이라는 명칭이 익숙하지 않은 시절이었습니다. 무려 30여 년 전이지만 울면서 등원을 거부하는 딸아이를 보니 당시 어린이집에서 제가 느꼈던 마음이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아, 집에 가고 싶다.’


 저는 수년간 잘 다니던 유치원을 그만두고 어린이집으로 가게 된 아이였습니다. 어머니가 일을 다시 시작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야 했습니다. 신학기가 아니라 도중에 입소했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스트레스가 더 심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가기 싫었을 텐데 어린이집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까지 유치원보다 훨씬 길었습니다. 저는 부모님께 다시 유치원을 보내달라고 조르고 졸랐습니다. 아이를 키우니 그런 아이의 반응이 부모에게도 큰 스트레스라는 걸 알았습니다. 결국 저는 한 달 채 되지 않아 다시 유치원으로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경험이 있기에 오늘 제 앞에 누워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우는 제 딸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 넌 내 딸이야.'

자기가 다른 양말 신어놓고서 양말이 두 개가 다르니 어린이집을 안가겠다는 주장을 펼치시는 중

 아이에게 부모와 떨어진 시간보다 가혹한 것이 있을까요. 안쓰러운 마음에 저희 부부는 보통 이런 말로 아이를 달래곤 합니다.

 “재인아 집에 있고 싶은데, 어린이집 가야 해서 속상하지? 그런데 말야. 엄마, 아빠가 회사를 가야 카드를 받아올 수 있어(결제할 때 항상 카드로 하기 때문에 아이에겐 돈이 곧  카드입니다. 지폐는 무엇인지 모른답니다.) 그걸로 홈런볼도 사 먹고 주스도 사 먹는 거야. 그래서..” 


 다소 유치한 변명으로 들리지만 사실인걸요. 이렇게 아이의 감정을 인정해주며, 어쩔 수 없음을 이야기하는 방법이 통할 때도 있지만, 정도가 심한 날은 이런 말은 커녕, 달콤한 '말랑카우' 조차도 먹히질 않습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싫어할까 생각하다 보면 갑자기 뉴스에 등장하는 사고들이 머릿속을 스쳐갑니다. 불안 회로가 돌아갑니다.


 적응기간을 마치고 어린이집을 다니며 누구보다 잘 적응하고 생활하는 것을 보았기에 더 불안합니다. 하지만 제 어린 시절의 경험을 떠올리니 아이의 이런 반응이 오히려 더 당연한 것 아닐까 합니다. 이른바 아이 나름의 사회생활인데, 그 스트레스를 집에서 풀고 싶겠죠! 게다가 사회생활을 잘하는 아이니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하면서요. 


 만약 부모 스스로의 마인드 컨트롤을 벗어난 어린이집 등원에 대한 불안이라면 담당 선생님 또는 원장 선생님과 충분히 이야기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상담을 무서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제 경우, 선생님께 평소 궁금하거나 염려하는 아이의 행동에 대해 여쭤봅니다. 대부분 선생님께서 그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계시더군요. 그럴때마다 마음에 안심은 되더라고요. 혹 선생님게서 모르고 계시더라도 가정과 연계한 보육 계획을 의논해보기도 합니다.


 이런 대화가 쌓이다 보면 선생님의 보육 철학과 원장 선생님께서 어떻게 어린이집을 운영하시는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유대를 형성해놓고 있어야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결국 소통으로 불안을 조금 더는 것이죠.

사실 우리의 불안을 잠재우는 유일한 방법 아닐까 합니다.

 필자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이유를 생각해보니 수 십 년동안 큰 사고없이 어린이집을 잘 위탁 운영하시고 계신 어머니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긴 세월동안 보고 들으며, 내가 부모가 된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재밌는 것은 앞서 말한 저의 어린 시절, 어린이집을 다니게 된 이유가 어머니의 어린이집 출근 때문이었습니다.


 자책하는 분들 많으실 것 같아요. 퇴근이 늦어 아이를 원에서 가장 늦게 하원 시킬 때, 안 가면 안 되냐고 간절하게 이야기하는 아이를 타이르며 돌아설 때의 안타까움, 부모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구나 느끼는 순간입니다. 재인이는 첫 돌이 지나고부터 어린이집을 다녔습니다. 아직 말도 못 하고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때마다 아내는 매일 울었습니다. 혹시 저희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으신가요? 아래 연구의 결과를 소개합니다. 아이가 엄마와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한 연구예요.

워킹맘인 것 자체가 자녀양육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미국의 여성학자 린다 허쉬만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통계적으로 직장 여성을 어머니로 둔 자녀와 전업주부를 어머니로 둔 자녀의 행복지수는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학업성취 면에서도 프랑스 국립과학원이 연구한 자료를 보면 전업주부의 자녀들 가운데 여자아이들의 경우 35%가 평균성적을 얻은 데 비해 워킹맘의 자녀들 가운데 여자아이들은 42%가 평균 성적을 얻었다. 남자아이들의 경우는 더 높아서 전업주부의 자녀인 경우 35%, 워킹맘의 자녀인 경우는 50%가 아버지보다 학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들을 보면 자녀양육에서 워킹맘이나 전업주부 그 자체는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 조선 에듀[이영숙의 부모성품코칭] 워킹맘의 좋은 성품 자녀 세우기에서

 이 연구의 결과가 분명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하는 아이의 눈물을 그치게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느끼는 안타까움은 조금 줄여주지 않을까 합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가장 중요한 것이 우리의 마음입니다. 오늘을 또 해쳐나가기 위해서 내가 다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내 마음에서부터 출발해보자고요. 그것이 슬기로운 원생 생활의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뉴스에 소개된 저희 부녀 어린이집 등원 장면입니다.



이번 호라호락에는 어린이집에 대한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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