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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재 Jan 17. 2021

돌아서면 밥을 하다 돌아버린 그대에게

호락호락 뉴스레터 이야기, 다섯 번째

 퇴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30일간 아이에게 밥 해주기 챌린지를 벌였습니다.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주중엔 두 끼,  주말엔 세 끼를 아내의 도움 없이 책임지는 도전이었습니다. 뭘 또 거창하게 도전씩이나 이름을 붙이냐고 하실 수 있겠습니다. 그럼 전 이렇게 반문하겠습니다. 

"안 해보셨군요?"


 이왕 시작하는 것, 끝날 때까지 매 번 아이에게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겠다는 아주 무모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음식만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먹이고, 설거지하고 다시 장 보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외식과 배달 음식은 허락할 수 없었습니다. 이 와중에 훗날 역사가들에 의해 재평가받을 수 있도록 이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까지 합니다. 적어도 하루에 1번의 식사 과정은 영상으로 남겼습니다. 브이로그 보러가기 (유튜브_퇴사자인더하우스)  도전과 촬영을 시작하며 이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을 꿈꿔보았습니다. 재인이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쳐다보며 작은 입으로 또박또박 저에게 이 말을 하는 것을 상상합니다.

"아빠, 밥 맛있어요."



 매 끼 "맛있어?" 물어보던 아빠의 가상한 노력 때문일까요? 두 돌이 될 무렵, 아이의 언어 발달이 급속도로 이루어지던 시기와 겹쳐 다행히도 아이의 만족스러운 반응을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도전은 밥 먹이는 것만 완료해도 성공인데, 대성공입니다. 그 외에도 어떤 음식을 아이가 잘 먹는지, 또 내가 잘 만드는 음식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이 큰 수확이었습니다. 다시는 안 할 메뉴는 무엇인지 알게 된 것도 포함해서요.


 아래 사진은 30일간의 메뉴들입니다. 


 "최근 한 온라인 맘카페에 '삼시 세 끼 전쟁'이라는 글이 올라와 큰 공감을 얻었다. 아이와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 등 모든 가족이 온종일 함께 집에 있으면서 삼시 세 끼를 꼬박꼬박 챙기게 된 주부의 이야기다. 맘카페에는 사정이 같은 엄마들의 토로가 잇따라 올라온다."

돌아서면 밥 차리는 ‘돌밥돌밥’…집집마다 세끼 전쟁 (중앙일보)


 '집콕'처럼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용어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돌밥돌밥'인데요. 이제는 잠깐 쉬어보려는데 어느덧 식사 시간. 그렇게 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다 정말 돌아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요즘입니다. 그래도 그렇게 완성한 식사 맛있게 먹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여러분,

미슐랭 별점 주는 것도 아닌데 맛 평가는 접어두시고

고생한 사람에게 꼭 "맛있다"라는 말로 반응 좀 해 주세요!


이번 호락호락에는 밥 여러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내용들로 준비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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