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락호락 뉴스레터 이야기, 네 번째
30개월 재인이가 많이 하는 말입니다. TV 속 인물들이 마스크 없이 대화하는 장면이 나올 때 흠칫 놀랄 때가 있습니다. 사람의 맨 얼굴을 낯설게 받아들이는 일종의 코로나 19 신드롬이겠지요. 마스크가 필수품이 아니었던 그때의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면 아쉬움과 그리움이 깊어집니다. 철저하게 거리를 두는 것이 미덕입니다. 북적과 밀접은 부담스러운 단어가 되었죠. 송년회, 시상식, 파티, 여행 등 연말이면 떠들썩했던 세상조차 이렇게 고요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가 있는 집은 더 치열하고 숨 막힌 전투 중입니다. 온갖 활동을 집 안에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른바 '집콕'입니다. 차갑고 예리한 무언가에 찔리거나 박힐 때 쓰는 '콕'이라는 의태어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껴야 하는 장소 뒤에 붙어버렸습니다. 괴랄한 단어의 조합만큼, 스트레스 또한 어마어마합니다.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이 전쟁에서 기필코 승리해야 합니다.
전략은 바로 '집콕놀이' 입니다. 숙명을 받아들이고 이 아픔을 놀이로 승화합니다. 물론 과정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아빠인 저의 경우, 놀이로 딸의 마음을 훔치는 일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래도 퇴사 후 반년, 아이와의 시간이 늘다 보니 자연스레 놀이에 대한 저만의 기준들이 생겼습니다. 집콕놀이를 대하는 저만의 철학이라 할 수 있겠네요. 지극히 개인적 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좋은 정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첫 째는 무엇보다 제가 재미있게 놀아야 합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엄마 아빠와의 활발한 상호작용의 시간입니다. 자신과의 놀이에 부모가 몰입하지 못하는 느낌은 아이가 가장 잘 알더 군요. 어쩔 수 있나요. 제가 그 놀이를 뗀 지가 30년은 지났을 텐데, 맞추는 것도 한계가 있죠.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 어린 시절 누구보다 빠져있던 놀이를 생각해보세요.
아내 같은 경우는 역할 놀이를 기가 막히게 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아이디어가 많은지, 감탄하며 지켜봅니다. 특히 아이의 기분을 잘 맞춰줍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어떤 대화라도 꼬리를 물어가며 아이의 호기심을 연속적으로 자극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엄마와 노는 걸 가장 좋아합니다.
반면에 저는 그게 무척 어렵습니다. 그녀의 감정을 기민하게 알아채야 하는데, 아내에게 혼나는 것처럼 딸 아이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신에 저는 쌓고 조립하기를 좋아합니다. 블록과 퍼즐을 즐겨하죠. 제가 레고를 가지고 놀고 있으면, 아이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미끼를 물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성이나 집을 만들어 이야기를 붙여주면 아이의 엉덩이가 제 몸에 붙습니다. 이것저것 묻기 시작하고, 이내 제가 하고 있던 놀이에 참여합니다. 놀아주는 게 아니라 같이 놀아야 합니다. 제 기분과 태도가 아이에게 전달되는 것이 분명합니다. 좋아하는 놀이를 할 때 아빠만이 아빠와 만이 할 수 있는 놀이가 됩니다.
두 번째, 아이에게 적합한 놀이여야 합니다. 아이의 놀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야심 차게 준비한 놀이지만, 아이가 원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첫 돌 즈음, 할아버지가 사주신 볼링 놀이 인형들은 4살이 된 지금도 여전히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아이의 본래 성향과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발달 과정에서의 적당한 놀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26개월쯤 색연필과 펜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것 같아, 호락이 캐릭터로 색칠 놀이를 하게 하려고 그림을 준비하고 직접 프린트를 해서 놀이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색칠은커녕 몇 번 선을 긋다 말더군요. 힘이 빠지지만 어쩔 수 없었죠. 하지만 그로부터 4개월 후의 그녀는 색칠 놀이를 뛰어넘어 물감 놀이까지 흠뻑 빠지게 됩니다. 이제는 색을 인식하고, 원하는 곳에 칠하고, 나름의 생각을 표현하는 활동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때가 있구나' 실감했습니다.
아래 모아둔 링크들에는 아이의 발달 과정에 맞는 놀이 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분명 아이들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알아두면 부모에게 좋은 지침이 되지 않을까요. 적어도 우리의 메마른 머릿속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불어넣어줄 거예요.
마지막, 놀이의 시작은 부모가 정할 수 있어도 끝은 아이가 정합니다. 끝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이것을 간과하고 살신성인의 자세로 '오늘 하루 이 몸 다 바쳐 신나게 놀아주리라.' 한다면, 부모가 지치기 십중팔구입니다. 우린 내일도 살아야 하잖아요. 거기에 오늘 남은 집안 일도 산더미입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처럼 놀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요. 쓰고 보니 영화 아저씨(2011)에서 주인공이 던지는 이 무서운 대사가 생각납니다.
기가 막히게 놀아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아이가 만족하는 수준에서 그리고 내일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다하려면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의 다음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도 고려해야 하고요. 더 놀고 싶은 아이에겐 야속한 이야기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단거리 주법으로 마라톤에 임할 수는 없으니까요.
마지막, 이 집콕 시대를 살고 있는 부모들을 응원하며, 도움이 될만한 모아둔 링크와 출처를 게재합니다. 호락호락 뉴스레터 4회차에 발행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활동하기 좋은 집콕놀이를 소개합니다.
스마트폰보다 신나는 집콕놀이 베스트 60 (21세기북스)
준비물 없어도 되는 집콕놀이 (아동학 전공자들의 육아토크아육톡)
집에서 당장 해볼 수 있는 간단한 과학놀이 BEST 5 (심지깊은엄마)
책 읽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효과만점 독서 놀이 (차이의 놀이)
아이들과 놀아줄 때 알아두어야 할 팁을 전해 드릴게요.
0~3세 아이들을 사로잡는 놀이 비법 (EBS육아학교)
아빠와 신체놀이가 아이의 머리를 바꾼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미치게 피곤한 퇴근 직후, 아이랑 놀아주는 묘책 (월간앙쥬)
우리 아이에게 어떤 장난감이 좋을지 함께 알아 보아요.
엄마 아빠가 만들어주는 아이 장난감 6가지 (딩고 패밀리)
우리 아이에게 '책'이라는 장난감을 소개해주세요 (여유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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