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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재 Jul 04. 2021

우리 가족 캠핑 입성기

호락호락 뉴스레터 이야기, 일곱 번째

 가끔 책과 이불로 집짓기 놀이를 할 때 ‘캠핑’이라는 단어를 쓰더군요. 어린이집에서 캠핑을 주제로 하는 활동을 해본 것 같았습니다. 날이 너무 더워지기 전에 한 번 다녀오자는 생각으로 재인이에게 슬쩍 제안을 해봤습니다.

너무 재미있겠다!

 기대하는 눈빛으로 대답하고는 콧노래를 흥얼거립니다. 어린이집을 가지 않아도 될 이유를 발견해서 좋아했는지 모르겠지만, 출발하는 금요일 아침엔 캠핑 가는 날이라고 일찍 일어나기까지 했습니다. 평소처럼 이부자리에서 뒤척이지 않고 말이죠.


 빌린 캠핑 장비를 꾸려 차에 싣습니다. 텐트와 전기장판, 냉장고와 등유 난로 등을 차에 차곡차곡 쌓으며 2박 3일, 3인 가족의 생존 아이템들을 다시 한번 점검합니다. 아이와 하는 캠핑은 처음이기에 주위의 캠핑 가서 방귀 좀 뀐다는 분들로부터 열심히 귀동냥했습니다. 그렇게 꾸린 많은 짐들 때문에 출발 전부터 땀이 나지만, 마음은 이미 캠핑장에 도착했습니다. ‘이 맛에 캠핑하는 건가?' 생각이 순간 스칩니다.

 캠핑 장에 도착하여 텐트를 설치한 후 재인이가 안으로 들어옵니다. 집에서의 놀이 때보다 훨씬 큰 텐트의 규모를 느끼며 감탄을 연발하다가 살며시 묻습니다.


 “아빠, 캠핑 안에서는 뛰어도 돼?” (*텐트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캠핑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하는 걸 보면. 재인이에게는 캠핑이라는 말과 텐트는 같은 말입니다.)


 여기는 아래층에 아무도 없으니 신나게 뛰어도 된다는 아빠의 말에 텐트 속을 휘젓고 다닙니다. 그동안 층간 소음 때문에 자신의 행동을 제지하는 엄마 아빠의 말이 얼마나 스트레스였을까요. 아이에게 잠시라도 걱정 없이 신나게 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 있습니다.


 가족 단위의 이용객들이 많은 캠핑장이었습니다. 덕분에 아이들이 잠이 드는 밤이 되면 다른 곳보다 고요합니다. 쏟아지는 별은 장관이었습니다.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캠핑은 분주한 삶에 한숨 돌릴 작은 틈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의 스트레스와 상념들을 화로 속에 태우는 고요한 불멍의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모닥불로 따뜻하게 데워진 하체와 노곤한 마음에 줄줄이 섭취한 맥주의 이뇨 콤비네이션 때문에 간밤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게 만들긴 했지만요.



 날이 밝습니다. 이른 아침, 텐트 위에 새 떼가 앉은 것처럼 지저귀는 산새 소리가 서라운드로 울립니다. 일찍 잠자리에 든 만큼 일찍 일어나신 새 나라의 어린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들도 눈 뜨도록 한몫합니다. 사실 이 소리들은 늦잠 자는데 큰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강제 기상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댓 걸음이면 닿는 옆 텐트의 대화 소리입니다. 마치 종이컵을 실로 연결한 장난감 전화기처럼, 옆 텐트의 소곤거리는 이야기가 정말 잘 들립니다. 분명 숨죽여 발사하신 것 같은 방귀 소리까지도 잘 들린다니까요. 이것이 측간 소음이었습니다. 다행히 냄새는 나지 않습니다.


 이밖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비가 왔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하느라, 야외에 풀어놓은 짐을 안으로 들여놓기도 함께 반복했고, 잔디밭에서 아이가 신나게 뛰어놀다 물을 잔뜩 머금은 곳에서 넘어지면 옷가지가 젖어버리는 대참사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식사나 세면 등 형성해오던 루틴들에서 오는 어려움도 많았고요.


 하지만, 불편하려고 밖으로 나오는 것 아닌가요?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야만 두고두고 기억될만한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추억을 위해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것마저도 추억이 될 것입니다. 텐트를 다 정리하고, 집으로 출발하며, 뒷좌석 카시트에 앉은 재인이에게 묻습니다. 다시 오고 싶냐고 말이죠. 우리 가족의 캠핑 입성기의 총평입니다. 재인이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빠, 캠핑 다시 오고 싶어.”


뉴스레터에는 캠핑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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