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락호락 뉴스레터 이야기, 여덟 번째
양육자와 아이의 경우 생후 1년간 엄마와 애착을 맺고 2살이 되면 아빠와의 애착이 강화되어 부모 양쪽에 대한 애착이 생성된다. 훗날 타인에게, 자신에게, 주위 환경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기반이 된다.
Bretherton I (1992). “The Origins of Attachment Theory: John Bowlby and Mary Ainsworth”. 《Developmental Psychology》 28 (5): 759. doi:10.1037/0012-1649.28.5.759.
아이가 출생부터 부모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가 아이 생애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을 위한 부모의 의지와 수고는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매일 한계를 느끼며, 우리 부부는 둘의 역치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수년 전, 아내의 임신과 함께 완벽한 육아를 자신하며 다짐했건만 출산 이후의 일상들은 그것을 조금씩 포기하고 내려놓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아이에게 24시간 집중하면 모두 해결될 일이지만 말처럼 쉬웠다면 이 나라가 '인구 절벽'이라는 무서운 미래를 걱정하지 않았겠죠. 육아만큼 신경 써야 하는 문제들이 여기저기에 산적한 맞벌이 부부에게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까지 갖는 것은 욕심일까요. 그 간극에서 발생하는 부부간의 갈등은 기본값이고 일과 가정, 어느 곳에서도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는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과연 해소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나라는 '인구 절벽' 아래로 추락할 걸 걱정하지만, 우리는 그 절벽을 매일 맨손으로 거꾸로 오르고 있습니다. '인고의 절벽'입니다.
'네가 우리를 조금 이해해준다면 좋을 텐데.'
이런 식으로 고통의 원인을 아이에게서 찾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하지 말아야 할, 해결에 아무 쓸모없는 생각을 하게 되니 말입니다.
'만약 우리에게 아이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그동안 무탈하게 자라준 것만으로도, 아니 그 존재만으로 한없이 고마운데,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요. 순간 정신을 차리고, 나는 좋은 부모가 아니라는 자책으로 마음을 다 태우고 나면 아이를 향한 미안함만 남습니다.
아이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항상 마음 한 구석이 저며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생후 15개월부터 6개월간, 아이가 우리 품을 떠나 본가에서 지냈던 시기입니다. 당시 아내는 육아휴직이 끝나 복직을 앞두고 있어 아이가 다닐 어린이집을 구해야 하는데, 집 주변에는 모두 자리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일찍이 대기를 걸어놓았지만, 좀처럼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할아버지 댁 근처에는 여유 있는 가정 어린이집이 있었고, 아내의 복직 전 2주간, 본가에 머물며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기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모두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 날,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인사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저와 아내의 직장은 본가에서 차로 이동해도 1시간 이상 걸렸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지내며 출퇴근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매주 그렇게 아이와 떨어졌고, 아내는 매번 문을 닫고 울었습니다. 슬픈 상황이지만, 우리가 문을 닫기 전, 아이와의 건강한 관계를 위해 반드시 했던 행동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인사'였습니다. 늦은 밤 아이가 잘 때 나가면 아이의 울음을 모면할 수는 있었겠지만, 부모의 부재를 다음날 인식하게 되면 상황과 이유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것도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들로부터 전해 듣는 다면, 아이가 느끼는 상실감이 더 클 것이라는 판단이었죠. 관계는 대신 만들어주는 것도 아닌 당사자들이 만드는 규칙이니까요.
우린 반드시 너에게 다시 올 거야.
거듭된 이별의 순간은 익숙해지지 않았지만, 메시지를 직접 주고받는 소통과 꾸준히 약속을 지켜가는 행동으로 애착을 더 손상시키지 않게 노력했습니다. 매주 금요일 어린이집 하원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우리 부부의 노력도 눈물겨웠지만 이 가족의 어엿한 구성원으로서 꿋꿋하게 버텨준 아이의 노력이 없었다면 분명 불가능한 규칙이었습니다.
아이가 없는 주중, 집은 신혼 때처럼 깔끔해지고, 둘이 테이블에 마주 앉는 여유가 생겼지만, 그 시간마저도 어린이집에서 모바일앱에 남겨주는 원에서의 활동 사진과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내주시는 집에서 재롱떠는 사진을 보며 아이를 그리워했습니다. 그렇게 아이를 만날 금요일 밤을 기다렸고, 벨을 누르고 집에 들어갈 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콩닥거리던지요. 아이도 큰 소리를 외치고, 펄쩍 뛰며 부모를 반겨줬습니다. 당시 그 시절의 사진 앨범엔 저희가 찍은 사진이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받은 사진들이죠.
애착 문제의 발현은 전 생애 주기에서 관찰되기에, 아직 명확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떨어져 있는 기간 동안만큼은 다행히도 아이는 잘 자라주었습니다. 어떠한 분리 불안의 모습 없이 어린이집에서도 잘 생활해주었고, 섭식과 수면, 배변에서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손녀 일이라면 모두 제쳐두시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헌신과 고모의 돌봄 덕분입니다. 모두 일을 하고 계셨지만, 어쩔 수 없는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고, 애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습니다.
다행히 6개월 후 신학기 시즌이 되자, 집 근처 어린이집 한 곳에 자리가 났습니다. 횡단보도를 2개 정도 건너야 도착하는 곳에 위치해있지만, 그동안의 이별에 비하면 이 정도의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죠. 재인이도 새로운 어린이집에 금방 적응했습니다. 같은 반 부모님들이 어떻게 이렇게 잘 적응하냐고 물을 정도였습니다. 씩씩하게 등원하는 기특하기도 하지만, 예전처럼 부모와 떨어지지 않는 안도감이 이유일까 생각하면 애잔하기도 합니다.
아마 저희보다 더 안타까운 상황을 보내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서로에게 전부 인만큼 이별은 정말 견디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고통을 오롯이 견딜 수 있는 힘을 주는 것도, 삶을 톺아보게 만드는 것도 가족이잖아요. 함께 만든 규칙을 온 마음을 다해 세워가며, 애착이라는 우리와 아이와의 연결 고리를 신뢰로 열심히 엮다 보면, 그 든든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힘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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