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7-운수 좋은 날> 해설
<에피소드 7-운수 좋은 날.>
※삼도천과 서천 꽃밭
삼도천은 흔히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크고 긴 강을 말한다. 삼도천과 서천 꽃밭에 관해 연화 선녀와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삼도천은 어떤 곳입니까? 어디에 있고 어떻게 갑니까?
-저승 가는 길에 있는 강인데... 이승이랑 저승이랑 나누고 있는 강이야. 어디 있겠어? 저승 앞에 있지. 죽으면 갈 수 있어. 자기도 죽으면 갈 거야. 왜, 가고 싶어? 보내 줄 수 있는데.
+정우 씨는 구름다리를 건넜는데, 삼도천을 건너가려면 구름다리를 건너야 하나요? 다리를 건너는 시간은 얼마나 걸립니까?
-삼도천에는 다리가 많아. 건너는 방법도 다양하고.
즈엉말 착하게 살아서 영혼에 눈곱만큼의 티끌도 없는 영가는 저승에서 마중을 나와. 옛날엔 사공이 크은 돛단배 타고 오는데, 요즘은 크루즈 온다고 하기도 하고. 나도 그건 못 봐서 몰라. 암튼 살아생전에 얼마나 착하고 바르게 살았느냐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데, 크루즈 타는 사람은 정말 극히 드물다고 보면 돼.
그 외에 흔히 말하는 천국, 천당 갈 만큼 착한 사람들은 여객선이 와서 태워서 가. 왜, 제주 갈 때 타는 큰 여객선 있지? 안 타봤어? 어우, 촌스럽게. 아무튼 그런 거 타고 가. 가면서 불꽃놀이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잔치하면서 가.
그리고 보통 평범한 사람들은 그냥 걸어서 가. 엄청 긴 다리가 있는데, 그거 건너가면 돼. 다리가 세 갠데, 배 타기엔 조금 부족하고, 걸어가자니 조금 아까운 사람들은 무빙워크 달린 엄청 화려하고 튼튼한 다리로 건너. 무빙워크가 웃겨? 나도 웃겨. 꽃목걸이 걸고 비단 마고자 걸치고 그걸로 편하게 가.
딱 중간이라고 생각되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건너가는 길은 그냥 평범한 다리야. 저기, 한강에 걸린 다리 같은 것들. 콘크리트로 만든 일반적인 다리. 열심히 걸어서 가야지.
소사 오빠는 나쁜 짓 좀 했나 보네. 소사 오빠처럼 구름다리 건너는 사람도 있어. 근데 구름다리 건너는 사람들이 꽤 많아. 다들 자기도 모르게 나쁜 짓을 하고 남에게 상처를 주거든. 그걸 깨닫고 반성하고 뉘우치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잖아? 그런 죄의 흔적에 따라 영혼이 가는 길이 갈라져. 그건 어떻게 나뉘는지 나도 잘 몰라.
뭐, 아무튼 그런 사람들은 구름다리를 건너. 다리가 엄청 흔들리고... 꽤 불안하지. 아, 자살 한 사람들 중 일부는 여기로 가. 자살 한 사람들은 다른 길로 가거든.
그리고 얼마 걸리냐고 물었지? 49일. 무조건 49일이야. 크루즈도 49일, 여객선도 49일, 콘크리트 다리든 구름다리든, 심지어 헤엄쳐서 건너가도 무조건 49일 걸려. 더 걸리지도, 더 빨리 도착하지도 않아. 49일째가 딱 되면 저승 땅에 발 딛는 거지.
+자살 한 사람은 다른 길로 갑니까? 또 어떤 길이 있는지요?
-자살 한 사람은 쇠못이 촘촘하게 박힌 다리를 건너야 해. 시뻘겋게 달아서 뜨거운, 아주 날카로운 쇠못이 거꾸로 박혀 있어. 거길 건너야 해. 자살 한 사람들 중에 부모님보다 먼저 죽은 자식들, 그런 애들은 삼도천 못 건너. 환생이고 뭐고 못 하고 삼도천 앞에서 벌 받아야 해. 천명이라고, 알지? 그 천명이 다 하는 날까지 삼도천도 못 건너고 그 앞에서 벌 받아야 해. 무슨 벌을 받는지는 말 못 해.
하나만 알려주면... 삼도천 앞에서 모래성을 쌓는 거야. 모래성을 다 쌓으면 삼도천 파도에 무너지지. 그럼 다시 쌓아야 해. 아무런 도구도 써서는 안 돼. 오직 손으로만. 먹지도, 자지도, 쉬지도 못해. 계속 그것만 해야 해. 잠시라도 쉬거나 포기하려고 하면 도깨비가 때리거든. 그래서 정말 미친 듯이 성을 쌓아야 해. 대충 해도 처맞고, 하다 말아도 처맞고, 하다가 도망가도 처맞아. 그냥 뒤지게 처맞으면서 계속 모래성을 쌓아야 해. 자신의 천명이 다 할 그때까지. 부모님 가슴에 대못 박은 벌을 받아야 하거든.
천명의 날까지 다 채우고 나면 49일 동안 삼도천을 헤엄쳐서 건너야 해. 헤엄치는 동안 칼날 같은 물결이 몸을 찢고 베고... 어우, 자기 안색 새파랗다. 아무튼 상상을 초월하는 벌을 받아야 해. 자식 된 도리로 부모님께 효도는 못 할망정 가슴에 대못을 박았으니, 그에 맞는 벌을 받을 뿐... 야! 상상하지 마! 토하지 마!
+그럼 흉악범들은 어떻게 합니까?
-걔들? 걔들은 삼도천 앞에서 한 번 죽어. 다 썰려. 영혼이 아흔아홉 조각으로 썰려. 그 썰린 조각들을 똥통이라고, 옛날에 사람들 변소 푸는 그 통 있잖아? 거기에 담겨서 삼도천에 던져. 그러면 물결 따라 49일을 흘러서 저승에 가. 그리고 뭐... 흔히 아는 지옥 있지? 거기 가는 거야. 거기서... 어떤 벌 받는지 묻지 마. 자기 토할까 봐 겁나. 상상력으로 글 쓰는 작가 비위가 그렇게 약해서 얻다 쓰니? 어우, 한심하긴.
지옥 이야기는 안 할게. 일반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고도 초월해서, 정말 끔찍하기 그지없는 곳이니까.
+보통 철없는 어린 시절에 나쁜 일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학교폭력이라던가 인터넷 악플 등등. 그런 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구름다리입니까?
-왜? 자기 그런 거 했나 보네? 아하하! 그건 사람마다 달라. 학교폭력이라고 해도 정도가 있잖아. 물론 그 자체만으로도 죄악이지. 하지만 후에 화해를 한다거나, 자신의 태도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죄 값을 치른다거나... 진심을 담아 봉사활동도 하고, 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죄에 상응하는 덕을 쌓으면 조금 참작은 되는데... 한 가지 나쁜 일을 했다면, 열 가지 착한 일을 해야 쌤쌤이거든. 그래서 어지간하면 자기 죄를 못 씻어. 거기다가 만약 상대방이 죽을 때 그 원망이 안 사라지면 그 벌 다시 받아야 하고.
악플 다는 사람들은 더 심하지. 말로 사람을 농간하고 괴롭힌 사람은 혀를 뽑... 형벌이 뭔지는 말 안 할게. 자기 울겠다.
아무튼, 정말 인생이 흉악한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구름다리를 건너. 건너는 건 별반 차이 없어. 거길 건너간 다음이 중요하지. 행선지가 다르거든.
지옥은 총 아홉 개야. 그런 죄를 저지른 사람은 아무리 좋게 쳐도 여섯, 일곱 번째? 만약 그 행동으로 상대방이 죽거나 자살하거나 하면, 곧장 아홉 번째로 떨어져.
건너가는 건 문제가 아니야. 건너간 다음이 중요하지.
자기도 착하게 살아.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했으면 내 눈엔 피눈물 나는 거야. 남의 가슴에 못을 박았으면 내 가슴에는 대못 박히는 거고.
남 잘 되는 게 배 아파서 헛소리 하고 없는 말 하고 욕하고. 그거 다 나한테 돌아오는 거야. 남 흉보기 전에 내 허물부터 치워. 그게 덕을 쌓는 길이고 복을 짓는 길이야.
+정우 씨가 떨어진 꽃밭은 어디입니까? 그 꽃들은 뭔가요?
-거긴 서천 꽃밭이야. 자기, 전에 내 법당에서 그거 봤지? 종이로 만든 꽃들. 그 꽃의 실체가 거기 있다고 보면 돼. 꽃 종류도 어마어마하게 많고 이름도 복잡해서 나도 다는 몰라. 그 꽃 하나하나가 사람의 피와 살과 뼈가 되기도 하고, 영혼이 되기도 하고. 성격의 일부를 구성하기도 하고. 뭐가 됐든 모두 사람이랑 관련된 꽃들이야. 어떤 꽃은 복을 주고, 어떤 꽃은 재물을 주고. 뭐 그런 것도 있고.
가끔 죽었다가 깨어난 사람들이 꽃을 꺾어 왔다 그러기도 하거든. 그 꽃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긴 한데, 대부분 천명대로 살지 못하고 비명횡사 한 사람들이지. 그런 경우에만 그 꽃을 꺾을 수 있어. 제 명에 간 사람은 절대 못 꺾어.
비명횡사 한 사람이라고 해도 아무 꽃이나 꺾는 게 아니고, 뼈가 부러졌다면 뼈 세울 꽃, 몸이나 내장이 엉망이 됐다면 살 오를 꽃, 과다출혈이나 심장 이상이면 피 샘솟을 꽃, 뭐 그런 것들 꺾어서 살아나는 경우야. 딱 자기에게 필요한 꽃만 꺾을 수 있어. 그럼 그 힘으로 살아나는 거지. 소사 오빠는 거기 꽃들을 밟든 뭉개든, 뭘 해도 소용없었을 거야. 사지 멀쩡했으니까.
+혼수상태였는데 거길 건너면 죽는 겁니까?
-아니. 영혼이 거길 갔을 때만. 그냥 혼수상태라고 다 혼이 빠져나온 건 아니잖아. 혼이 빠져서 돌아다니고 있으면 사자가 데리고 가. 혼이 그냥 돌아다니면 천천히 생전의 기억을 잊는데, 살면서 충격적인 기억이나 잊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면 그것만 남고 다 잊어버리거든? 근데 보통은 그 기억이 나쁜 게 많아. 좋았던 건 빨리 잊고 나빴던 건 오래 기억하는 것처럼. 그래서 대부분 그렇게 떠돌다가 육신이 있는지 없는지도 잊어버리고 그 나쁜 기억에 매달려 있다가 악귀가 되기도 해. 그래서 사자는 돌아다니는 영혼이 있으면 그냥 수거 해.
만약 혼이 거기까지 갔다면, 거기서 깨닫고 돌아오면 되는데... 돌아오는 길이 없거든. 한 번 발을 디디면 돌아올 수 없어. 돌아오는 경우엔 서천 꽃밭의 꽃을 꺾었을 경우에만 가능해. 아무나 꺾을 수 없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그럼 아무거나 막 꺾어보다 얻어걸릴 수는 없습니까?
-아니. 돼. 얻어걸리는 거 있어. 가아끔 그런 거 있어. 근데 그렇게 꽃밭 헤집고 다니다가는 꽃감관한테 걸려서 쫓겨나. 근데 다행히도 서천 꽃밭은 엄청 넓은데 꽃감관은 하나뿐이거든. 그래서 잘 안 걸리긴 하는데, 걸리면 끝장나. 곧장 지옥으로 떨어져.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고 해도, 남의 것을 탐했다는 그 자체도 죄악이잖아? 특히나 저승의 꽃을 탐냈으니 끝장나지. 그러니 얻어걸리는 것도 그 사람 운이야.
+연화 선녀님은 거기 가 보셨습니까?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십니까? 선녀님이 알려 주시는 겁니까?
-... 인터뷰 끝!
상기 내용은 입증되지 않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구성된 허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