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방 호은당

<에피소드 8-약초꾼 체험(3)>

by 혜니




커다란 버섯을 시작으로 괴상하게 생긴 야생 버섯들을 잔뜩 만날 수 있었다. 아저씨는 작은 것들은 절대 손대지 않았고, 정말 크다 생각되는 버섯들만 땄다. 그나마도 여러 개가 같이 자라고 있으면 꼭 절반은 남겨 두었다.

이제는 내려가자며 길을 돌아 둘러 내려오는 길, 아저씨가 가지고 오신 주먹밥과 고수레하고 남은 백설기로 끼니를 때우고, 은미 씨가 준 약초로 끓인 약초차를 마셨더니 기운이 불끈 솟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하산 길은 더욱 무시무시하고 힘들었다. 조금만 실수하면 주르륵 미끄러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아저씨는 꼭 중국 무협영화의 배우처럼 촤라락- 하며 낙엽 위를 날듯이 내려갔다.

와. 진짜, 천생이 산악인이다. 나는 조심조심 아저씨가 간 길을 훑으며 따라 내려갔다.


“아저씨! 아저씨! 잠시만요!”


나는 주르륵 미끄러지다 얼른 붙잡은 나무 둥치 주변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익히 들어 알고 있고, 누구나 알고 있는 그것. 다섯 갈래의 잎이 마치 아이의 활짝 펼친 손과 같으며, 새빨간 열매를 맺어 눈 위에서도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그것. 열매는 없지만 꽃봉오리는 있다. 하나, 둘, 셋... 아무리 세어도 다섯 갈래가 확실했고, 티브이에서 본 것처럼 군데군데 벌레 먹은 흔적도 있으며 야리야리하고 가늘고 하늘하늘한데 꼿꼿하게 서 있는 그것. 나는 호들갑을 떨며 아저씨를 불렀다.


“아니, 내가 산에서는 큰 소리 내면 안 된다고 했는데! 뭔데 그래?”


“이거, 이거요. 이거... 혹시 그거 아니에요?”


아저씨가 그랬다. 확실하지 않으면 입 밖으로 내서는 안 된다고. 특히 산에서는. 내가 부들부들 떨며 그것을 가리켰다. 아저씨도 눈을 끔뻑이며 몇 번이나 살펴보고 뒤집어보고 쓰다듬으며 확인했다.


“자네...! 산신께서 선물을 주셨구만! 큰소리쳐도 되겠어!”


“그럼, 그거 해도 됩니까?”


“아, 물론이지! 감사한 마음을 담아 힘껏 소리치게!”


“시임봐았따아아!!!”


심이다! 삼! 산삼!! 와우!! 내 인생에 산삼을 봤다! 인삼도 보기 힘든 내가 산삼을 봤다! 그것도 두 뿌리나! 내 지갑에서 토요일만 기다리고 있는 로또, 이젠 필요 없어! 산삼 두 뿌리라니! 나 복 받나 보다! 연화가 사람 살렸으니 복 받을 거라고 했는데! 이거였나 보다! 와. 진짜 좋다! 너무 좋다! 워후! 진짜 신난다!


내가 기뻐 날뛰는 사이, 아저씨는 삼을 캘 준비를 했다. 근처 바위에서 고운 이끼를 뜯어 폭신한 깔개처럼 만들고, 언제 꺼냈는지 막걸리와 마른오징어를 산삼 근처에 놓고 있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아저씨를 거들었다.


“산신님, 우리 박 소사에게 좋은 선물을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착한 녀석이니 산신께서도 알아보신 게지요. 감사합니다, 산신님.”


아저씨는 산삼을 향해 넙죽 절했다. 나도 아저씨를 따라 얼른 절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 외에는 나오는 말이 없었다. 그저 계속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하며 반복할 뿐이었다.


절을 하고 막걸리를 뿌리고 오징어를 또 쭉 찢어 여기저기 던졌다. 그리고 아저씨는 내게 삼을 캐는 법을 알려주셨다. 그 어떤 도구도 써서는 안 된다, 오로지 손가락만으로 잔뿌리 하나 상하지 않게 캐야 한다며 바로 옆에서 세세히 가르쳐 주셨다. 호은당에서 하나뿐인 호미를 은미 씨에게 뺏기고 손으로 냉이 뿌리를 캐던 그 집념으로 나는 조심스럽게 흙을 털기 시작했다. 조금씩 뿌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오오오... 산삼, 산삼이다... 산삼! 대박이야!!



서툰 내가 두 개의 산삼을 다 캐고 나니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산은 밤이 빠르다. 더 늦으면 내려갈 수 없다고 한다. 다 캔 삼을 이끼 위에 조심스럽게 눕히고, 우리는 또 절했다. 눈물이 날 정도였다. 너무너무 기뻤다. 아저씨는 이끼를 덮어 산삼이 조금도 상하지 않게 잘 챙긴 뒤, 신문지에 돌돌 싸서 내 배낭에 넣어 주셨다. 내 배낭에 있던 무거운 짐들은 죄다 아저씨 배낭으로 옮겨졌고, 내 배낭에는 산삼만 들어있었다. 가방을 바꾸자고 아무리 애원해도 아저씨는 거절하셨다. 삼은 네 복이고 네 몫이니 네가 챙기는 거라면서 말이다. 나는 마지못해 그러겠다 하며 따라갔지만, 가방이 가벼우니 확실히 아저씨를 쫓기 편했다. 아저씨는 가방이 무거우나 가벼우나 빨랐다.

그렇게 주르르 한참을 내려가고 있었다. 아저씨가 주욱 미끄러져 아래로 내려가고, 나도 그 뒤를 따라 주욱 미끄럼을 타는데, 어엇! 이쪽이 아닌데!


“으아악!”


아저씨와는 다른 방향으로 미끄러지며 움푹 파인 고랑에 빠지고 말았다. 아으, 아파라... 삼 캐는 바람에 내 운이 다 했나. 다리가 너무 아팠다. 미끄러지면서 나무에 걸렸나 보다. 바지가 찢어졌다. 그 사이로 드러난 살에서 피가 주르르 나고 있었다. 헐! 피!


“박 소사! 괜찮아? 어디 있어!”


어느새 손전등을 꺼낸 아저씨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얼른 휴대폰을 꺼내 플래시를 켜고 흔들었다.


“여기요! 여기 구덩이 같은 곳에 빠졌어요!”


내 불빛이 비치는 곳으로 아저씨는 쉽게 들어왔다. 아저씨가 들어온 쪽으로 나가면 될 것 같았다. 마치 나무 한 그루가 쑥 빠져나간 것 같은 구덩이였다. 경사가 심해서 위에서는 벼랑 같은 구덩이였지만 정면에서는 그저 안으로 쑥 들어간 공간일 뿐이었다. 다행이라면 정말 다행이었다. 안쪽엔 바위나 돌도 없고 푹신한 낙엽들뿐이라서 다친 곳이라곤 긁힌 다리뿐이었다.


“에이그! 삼을 캐고도 피를 봤구만. 어서 가야겠어. 업히게!”


“아, 아니 무슨 그런! 괜찮습니다. 손수건이 있으니 대충 묶고 가면 됩니다. 부러지지도 않았고 그냥 긁힌 정도예요.”


아저씨보다도 한참은 더 큰 나를 쉽게 업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쉽게 업힐 생각은 없다. 걷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 같으니 나는 얼른 바지를 걷고 손수건을 꺼냈다. 상처에 묻어있던 나뭇잎 등을 털어내려는데 아저씨가 얼른 막았다.


“피 뿌리면 안 된다고 했잖아.”


아저씨는 상처 주변의 흙먼지들을 물티슈를 이용해 깨끗이 훔쳐냈다. 그것을 검은 비닐에 꽁꽁 싸 조끼 주머니에 넣은 뒤, 내 손수건으로 피가 흐르는 다리를 꽉 묶었다. 상처가 그리 깊은 것 같지는 않았다. 꽉 묶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많이 줄었다. 아저씨는 서둘러 주변을 정리하고 내가 앉았던 자리에 남은 막걸리를 훌훌 뿌렸다. 나직하게 무어라 중얼거리고는 서둘러 나를 챙겨 내려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이리도 서두르는 아저씨의 모습은 낯설었다. 느긋하고 온화하던 사람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재촉만 했다. 나는 절룩거리면서도 서둘러 아저씨를 뒤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를 세워 둔 곳과 조금 떨어진 바위 뒤에서 나올 수 있었다. 차 까지 서둘러 가는 동안 아저씨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나 역시 입도 벙끗하지 않았다. 서둘러 차에 오르고 시동을 걸었다. 아저씨는 아무 말 없었다. 내가 무어라 말하려고 하는데 아저씨는 손가락을 세워 입을 가리고는 내비게이션을 툭툭 찍어 목적지를 호은당으로 설정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브레이크를 풀고 냅다 밟았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산 옆으로 길게 난 길을 따라 구불구불 내려오는데 왠지 모르게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아저씨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코톡을 보냈다. 꽤 오래 코톡을 주고받는 사이, 나는 정면만 뚫어져라 바라보며 고속도로 진입로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 과속은 하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속도를 줄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저씨가 내 팔을 툭툭 쳐서 계기판을 가리켰을 때, 계기판은 시속 60킬로미터를 넘어가고 있었다.

미친. 차선도 없는 촌구석 외길을 이런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니. 나는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다행히 얼마 가지 않아 큰길에 들어섰고, 조금만 더 가면 고속도로 나들목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는 입을 꾹 닫고 있었다.


호은당에서 은미 씨와 연화와 알고 지내면서 내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요즘은 알아서 조심하려고 한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저씨가 말해도 된다고 하기 전까지 절대로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나는 큰길로 들어서자 다시 속도를 올렸다. 이번엔 그래도 과속은 하지 않았다. 고속도로로 진입하고 약 3킬로미터 정도 더 가자 휴게소가 나왔다. 아저씨는 휴게소 간판을 가리키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곧장 휴게소로 달려가 가장 밝은 곳에 차를 세웠다. 아저씨는 그제야 긴 한숨을 토해냈다.


“아이고. 내 40년 약초꾼 인생에 이런 일은 처음이다.”


아저씨는 등받이에 몸을 털썩 누이며 눈을 감았다. 히터를 틀어야 할 만큼 쌀쌀한 밤이었고, 차 안도 서늘했지만 우리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이 땀은 산에서 흘린 땀이 아니었다. 이곳 휴게소까지 오는 그 길에 흘린 땀이었다. 나는 핸들 위로 푹 엎어지며 한숨을 토했다.


“아저씨... 뒤에 있던 거, 뭐였습니까?”


“... 봤나?”


“... 애석하게도요.”


“그래... 호은당까지 무사히 가거든 소주나 한 잔 하세. 지금은 커피나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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