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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경 Mar 09. 2022

교통사고

한순간의 찰나로 인생이 사라지고, 뒤바뀐다.


여느 때와 같이 평화로운 아침햇살을 받으며 우리의 지인 L은 공동소유인 지프차는 몰고 우리의 농장이 있는 San Salvador 계곡으로 향했다. 여태 다른 일을 들 케어하느라 자주 못 간 탓에 펜스가 넘어져 이웃 소들이 우리 농장 안으로 들어왔단다. 그럼 고쳐야지 뭐.


L은 동네 지인들을 태우고 펜스를 칠 막대기를 산 후 천천히 Palomino 마을에서 출발을 하였다. 5분가량 이곳 지역의 유일한 고속도로를 지나고 San Salvador 마을 입구로 들어가는 찰나. 갑자기 폭격 같은 큰 소리가 나더니 평화롭던 차 안과 밖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었다. L은 급하게 운전자석에서 뛰어나와 차 밖을 상황을 보는 순간 온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오토바이는 도로에 널브러져 있고, 한 중년 남자가 머리, 입, 코에서 피를 토해내며 기절해 쓰러져있었다.


긴급히 응급 번호를 불렀지만, 긴 시간이 지나도 콜롬비아 조그만 마을에는 앰뷸런스는 오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 하나둘씩 멈춰서 웅성웅성 모여들었다. 1시간은 지났을까, 그제야 경찰 트럭이 와서 앰뷸런스는 너무 멀어서 오지 못한다며, 그를 트럭 뒤에 싣고 20분 거리 마을 병원으로 옮겨 진후, 그곳에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도시의 병원으로 보내졌다. Riohacha는 마을과 제일 가까운 큰 도시이지만, 그곳조차 기술이 부족하여 기본적인 치료 외에는 수술은 할 수 없었다. 너무나도 부실한 시스템은 생명을 구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6일 뒤, 베네수엘라에서 온 Jose는 병원에서 돌아가셨다. 콜롬비아에 계신 유일한 가족인 Jose의 여동생 Vanessa의 눈물 젖은 호소를 듣는 것은 나의 마음을 찢어놓았다. 


법적 책임이 없는 L도 할 수 없이 경찰들에게 돈을 찔러주어야 했다. 이곳에는 법이 없다. 그래서 살아남으려면 이곳의 법칙을 배우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돈이 필요하다. 슬프지만 현실이다. 돈보다 생명이 우선시하게 되는 날이 오게 될까? 인간은 그런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선과 악이 공존하는 세계가 힘든 시기에 접어들수록 그 이중성은 점점 극으로 치닫는다. 이번 사고에서도 삶의 가치를 돈으로 매기는 더러운 비리와 남의 불행에서 이득을 보려는 자들을 보았지만, 동시에 힘든 상황에서 곁에서 떠나지 고는 정 깊은 사람들 포옹에서 정과 사랑을 보았다.


한순간의 찰나에 하늘은 삶을 앗아가기도, 인생을 송두리째 뒤 바뀌기도 한다. 하늘이 정해준 순간들에 따라오는 무거운 책임감을 어깨에 지니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고 숙제이다. 아무리 발버둥 치어 봐도 하늘이 정해주는 길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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