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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경 Oct 13. 2022

동네 수영장에서 찾은 것

특정한 공간에서 오는 온기

종종 평일 점심시간 때에 수영을 하곤 한다.


물속에서의 파동 치는 고요함을 찾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위해서도 하는 주중 수영이다. 아무래도 특정한 시간대이니 수영장을 사용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분들이시다. 그중에도 할머니들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탈의실에서 할머니들 사이에서 옷을 벗고 서 있으면 숭고한 기분이 든다. 맨몸으로 한 공간에 있다는 것은 묘연한 솔직함과 숨김없음을 살아나게 한다.


현재 젊은 여인의 몸을 가진 나는 시간의 자연적 순리를 따라 쳐지고 쭈글쭈글해진 노여인들의 몸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였다. 그녀들이 버텨온 시간들, 서로에게 의지하며 꽃 피웠던 시간들이 그녀들의 피부에 스며들어있음에 반가웠다. 노여인들의 나체들 사이사이에 서서 나는 삶의 신비로움을 한 움큼 잡은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들이 보는 나의 몸 또한 얼마나 아름다울까. 봄처럼 싱긋하고 풋풋한 몸을 얼마나 이쁘다고 생각했을까. 순간 내 몸을 받아주지 못하였던 시간들에게 미안하고, 또 자신의 몸을 받아주지 못하는 수많은 어린 여자들이 안쓰러워졌다. 수영장의 노여인들이 당신의 벌거벗은 몸이 얼마나 아름답다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어느 순간부터 동네 수영장 샤워장에서 나오는 모락모락 피어 나오는 온기가 좋아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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