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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경 Aug 19. 2022

다시, 한국

여기에 있어 주어서 고마워

콜롬비아에서 교통사고가 있고, 집을 장만하고, 집 공사를 하며 1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 나는 그리움과 힘듦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 그 사이에서 헤매다 한국행 티켓을 뚝 끊었다.


아직 집 공사가 마치지 않았을 시기에 급한 마음으로 부랴부랴 구매한 티켓이라, 같이 고생하는 P에게는 참으로 미안했다. 죄책감이 몇 번이나 올라오고 내려오며 요동을 쳤어도, 나 먼저 살고 싶은 마음에 결국에는 하늘길에 올랐다.


타지에서 산전수전을 겪고 돌아온 한국도 많이 변해있었다.  다들 몸도, 마음도 지쳐 보였다. 15,000km 거리가 있는 그곳도, 이곳도, 다르지만 같은 힘듦이 존재하며, 그 힘듦을 짊어지는 사람들은 오늘도 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아직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서, 새벽 4시면 깬다. 어둠이 천천히 걷히는 새벽은 마음 간지럽히며 미묘한 아름다움이 피어나는 시간이다. 오롯이 혼자임을 느끼며, 책을 읽거나 생각을 정리하기를 도와주는 안전망이 쳐지는, 고마운 시간대이다.


한국 책을 읽으며 다시금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작가들이 고군분투하며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간 글에는 힘이 있고 뜻이 있다.




돌아갈 나라와 집이 있다는 것의 의미는 나이가 들수록 뜻깊어지는 듯하다. 타지에서 고생을 하면서 한국을 그리워하며 마음을 달랬다. 물론, 한국에서는 타지를 꿈꾸며 마음을 달래지만.


나처럼 마음과 발이 자주 움직이는 나그네 같은 사람들에게, 한 자리에 머물며 삶을 이어가는 곳과 사람들은 장마철 한줄기 여름빛 같이 소중한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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