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경 Nov 05. 2023

우리 집 어쩌지

콜롬비아 시골집 렌트할 사람 찾습니다

시골집은 혼자 두면 안 되는 운명을 타고났다.


각종 동물과 곤충 방문객에서로부터 누군가가 집을 지켜주어야 하며, 빈집이라는 티를 나지 않게 밤에는 누군가가 빛을 밝혀주여야 한다. 그 누군가가 이번에는 누가 되려나?




"혹시 렌트하시나요?"


한 달 후면 엄마와의 멕시코&쿠스코 여행이 시작된다. 그 후 친구 J와의 정글 디에타, 친구 M의 콜롬비아 방문이 있어 그동안 집을 렌트할 사람을 찾고 있다.


작년에 한국에 갔을 때에는 운이 좋았다. 필립과 같이 집 외벽을 페인트칠할 때였다.


"혹시 렌트하시나요?" 어느 한 가족이 아직 다 세우진 않은 펜스 사이로 물어보았다. 인상이 좋은 이탈리안 가족을 보자마자 이 사람들이라는 확신이 느껴졌다.


"아직 집공사가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한번 둘러보세요." 큰 정원과 시원한 바람이 부는 집을 그 가족은 단번에 마음 들어하였다. 부랴부랴 집 공사를 마치고, 그 가족은 우리 집으로 이사와 6개월 동안 머물렀다. 지금은 큰길 건너 마을 바닷가 쪽에 사는 그 가족과는 아직도 좋은 관계를 이어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올해 연초부터 마을에 방문객이 현저히 적은 게 눈에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까지도 집을 렌트할 사람을 찾지 못했다.


우리도 꽤나 까다롭게 사람을 받고 있다. 시골집이라 손이 가는 데가 많아 집 케어를 부담 없이 해줄 사람이면 좋겠고, 정원에도 관심을 가져줄 사람이면 좋겠다. 조금 한 마을에서 이런 귀한 존재들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어느 인상 좋은 누군가가 "혹시 렌트하시나요?"라는 달콤한 인사말을 전해주면 참 좋을 것만,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다 새운 펜스에 구멍을 내야 하나 생각도 해봤지만, 이제는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의 공간"이라는 책임감의 무게


벌써 1년 반. 나의 집, 우리 집이 생긴 지도 벌서 1년 반이 훌쩍 지나갔다. 콜롬비아 시골집은 한국에 비해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구매를 하고 수리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용이 적다고 해서 "나의 공간"이라는 책임감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물론, 그 상대가 무엇이 되었던, 모든 일에는 책임을 회피하고, 선택을 후회하고 싶은 순간들이 찾아온다. 집을 처음 장만했을 때에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왔었던 두려움의 감정은 이제야 조금은 잔잔해졌는데, 렌트할 사람을 기다리게 되면서 다시 흔들림이 있었다.


흔들림을 통한 성장. 책임감이라는 무게를 받아들이고 마음을 여라는 메시지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다에 떠내려간 안경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