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 그날의 이야기다.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마다 시점과 화자가 다르다. 화자는 모두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사건으로 귀결되며 연결된다. 화자들은 모두 각자의 시점에서 각자의 경험과 각자의 고통을 처절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직시하려고 애쓰고 누군가는 애써 외면하고자 한다. 한강 작가는 그 모든 과정을 상세하고 건조하게 서술하고 있다.
총 6장의 화자로 나눠지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결국 두 갈래로 나뉜다. '떠나간 사람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 떠나간 사람들은 비교적 담담하고 건조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한다. 하지만 남겨진 사람들은 다르다. 남겨진 사람들은 처절하게 그때를 떠올리고 떠나간 삶들을 회상한다. 때로는 그때를 후회하고 때로는 자신을 다그치고 원망한다.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다. 아니, 어쩌면 우리 이야기다. 어쨌든 우리는 남겨진 사람들이니까. 그 당시에 우리가 없었을지라도 우리는 살아남았고, 살아남았기에 남겨졌다. 그렇기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잊지 않아야 하고 그들의 삶을 부정하지 않아야 하고 그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잔혹한 증거가, 떠나간 이들의 고통이, 그들의 피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쓰면서 굉장히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벌을 받는 기분으로 글을 쓰며 하루에 세 줄 이상 쓰기도 힘들었다고 한다. 의문이었다. 왜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며 이 책을 쓰고 싶었을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답은 생각보다 직접적으로 있었다. 한 인터뷰에서 저자에게 인터뷰어가 물었다. 이 책을 통해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냐고. 작가는 당시 생존자들의 자살률이 11%라는 사실을 언급했다. 누군가에게는 1980년의 광주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그들에게 '죽지 말아요'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누군가에게는 현재진행형인 그날의 광주가, 그날의 괴로움이 단순한 고통이 아닌 위대한 항쟁으로 기억되기를. 그럼으로써 그들에게는 부디, 위로가 되기를.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죽은 자만이 우리를 구하지 않았다. 그날을 끝까지 견디며 살아낸 ‘산 자’들 또한 우리를 구했다. 살아남았다는 이유만으로 죄책감을 짊어지고, 오늘도 그날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전하는, 어쩌면 주제넘은 위로다.
죽은 이들에게, 그리고 견디고 있는 이들에게.
당신들이 우리를 구했다고.
당신들이 우리를 구했기에, 우리는 그 몫을 다하며 살아가겠다고.
그 빚을 안고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p.114 쇠와 피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 p.99 일곱 개의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