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한 사랑
“남자친구가 허락해 줘요?”
나는 작년 12월부터 1월까지 꽤나 긴 동유럽 여행을 친구와 둘이서 다녀왔다. 또 올해 9월 나는 꽤나 긴 서유럽 여행을 홀로 다녀올 예정이다. 내가 들떠서 내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면, 항상 묻는 질문이었다. 이상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 서른이 넘어가는 자유의지를 가진 성인이고 내 뜻대로 뭐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참 일반적인 질문인가 보다.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물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내가
"제가 왜 남자친구한테 허락을 받아요?"
라고 대답하면 고개를 갸웃거리곤 했다.
남자친구에게 나의 선택을 허락받는 일, 나는 그게 익숙하지 않다. 나는 항상 남자친구에게 이런 방식으로 말해왔다.
"나 여행 갈래."
그러면 그는 내가 어디로, 얼마나 가는지 묻기도 전에 말한다.
“잘 다녀와. 다치면 안 되고.”
대답을 듣고 내가 남자친구에게 묻는다.
"내가 유럽 여행을 길게 다녀온다니까 사람들이 남자친구 허락을 받았냐고 물어본다?"
"왜? 네가 가고 싶으면 가. 너는 나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야. 너 하고 싶은 걸 해. 나는 그게 좋아"
그는 항상 이렇게 답한다. 너는 하고 싶은 걸 다하면 된다고. 같이 못 가줘서 미안하지, 너는 나한테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다고. 그럼 나는 다시 묻는다.
"내가 길게 여행 가면 나 보고 싶지 않아? 외롭지 않아?"
그는 가볍게 웃으며 응수한다.
"나 보고 싶은 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내가 너 보고 싶다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방해할 수는 없지."
그는 나를 무척이나 애정하기에, 내가 갈망하는 '자유' 마저도 애정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위해 무척이나 애쓴다. 나를 구속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도 욕심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하며 나에게 털어놓은 적도 있다.
"나도 가끔 질투 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을 때가 있어. 하지만 그건 내 욕심이잖아. 그리고 너는 자유롭고 싶잖아."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 속에는 망설임과 솔직함이 동시에 묻어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그 욕심과 질투마저 삼킨다. 지극한 애정이다. 아니, 지극한 사랑이다. 나를 사랑하기에, 내 모든 선택마저 사랑한다.
그는 나를 붙잡지 않는다. 대신 나를 더 멀리 자유롭게 보낸다. 그리고 내가 돌아올 길의 끝에서, 가장 환하게 웃으며 나를 안아준다. 그것이 그의 지극한 애정이다. 아니, 사랑이다.